간호사 동승 버스로 접종 어르신 안심 귀가…구청장은 현장 안내원 자처
by양지윤 기자
2021.05.11 06:05:00
서울 중구 '코로나 백신' 접종 현장 따라가보니
어르신 비율 17.4% '초고령구' 셔틀버스·가용인력 등 총동원
75세 이상 1차 접종률 96% 성과
한 달간 현장 지킨 서양호 "구민생활 기본부터 꼼꼼히 챙길 것"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당신의 거미줄에 묶인줄도 모르고, 철없이 보내버린 내가 너무 미워서~”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을 출발한 45인승 버스가 흥인동 중구예방접종센터로 향하는 길. 버스 안 TV 모니터에서는 가수 현철의 노래 ‘싫다 싫어’가 울려 퍼진다. ‘안전한 백신접종 중구가 책임집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코로나19 2차 백신 접종대상자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왼쪽 가슴에 부착한 어르신 21명은 현철의 메들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뒷 좌석에 앉은 남편과 함께 백신을 맞으러 가는 장석순(84세)씨는 “1차 접종 후 두 번 어지럽다가 괜찮아졌다”면서 “부작용 있으라고 일부러 주사를 놓는 것도 아니잖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 7일 중구예방접종센터인 충무스포츠센터 앞에서 2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구민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
인구 12만6000명인 중구는 노인 비율이 서울지역 평균인 14%대보다 높은 17.4%로 초고령 자치구 중 한 곳이다. 중구는 당초 4월 15일에 백신접종센터를 개소할 예정이었으나 열흘이나 일정을 앞당겼다. 바로 옆 성동구가 1일부터 접종을 시작하게 되면 관내 어르신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는 서울시에서 4월 8일 백신센터를 열 수 있는 자치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다. 또 관내 의료자원 활용에도 적극 나섰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우리 구에 국립중앙의료원이 있는 것을 착안해 중앙의료원과 중구 예방접종센터 두 곳에서 동시에 접종을 시작하면 4월 1일에 개소한 자치구보다 백신접종이 일찍 끝나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생활을 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중앙의료원에서 어르신들에 대한 접종 요청을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중구는 중앙예방접종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 중구예방접종센터인 충무스포츠센터에서 동시에 접종을 진행한 결과 지난 달 27일 75세 이상 1차 백신접종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관내 75세 이상 어르신 9625명 가운데 접종 신청자는 8169명(85%). 접종 완료자는 이달 7일 기준 7904명으로 백신 접종률은 96%에 달한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서 구청장은 “두 군데의 접종센터를 확보했지만 접종 동의율이 낮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동주민센터 직원, 통장 뿐만 아니라 ‘우리동네 관리사무소’(중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동 정부) 인력들도 함께 나서 독려한 덕에 전국 최고의 동의율을 얻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5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서양호 구청장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
|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총동원 한 점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다. 45인승 버스 9대를 하루 13회 운행, 어르신들의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접종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기자가 예고 없이 방문한 셔틀버스에는 찾아가는동주민센터(찾동) 간호사가 동승해 백신접종 전후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간호사가 아닌 동주민센터 직원이 백신접종센터로 인솔하는 다른 자치구보다 이상반응을 확인하는 장치가 한 번 더 작용하는 셈이다.
김정욱 신당5동 찾동 간호사는 “당일 일정을 보고 찾동, 방문 간호사와 함께 번갈아가면서 백신접종센터행 버스를 타고 있다”면서 “2차 접종이 끝난 내일(8일)부터 어르신들께 이상반응 유무가 있는지 전화하고, 연락이 안 될 경우 사회복지팀과 직접 찾아가 건강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구는 당분간 백신접종에 역량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행정공백 최소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백신접종센터 개소 초기에는 구청의 부서별 인력을 40여명 차출, 행정지원과 현장안내 등을 했으나 4월 말부터는 희망일자리 32명을 채용했다. 주택가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우리동네 관리사무소는 백신접종 동의, 신청 등에 손을 보태며 행정인력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어머니, 2차 접종 후에는 몸살기가 심해져서 더 아플 수도 있대요. 아프시면 꼭 타이레놀 챙겨 드세요.” 서 구청장 역시 매일 백신접종센터 두 곳을 오가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혹여 동선 관리에 방해가 될까봐 셔틀버스, 센터 밖에서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다. 마스크가 닿지 않은 이마와 눈 아래 피부가 한 달여 만에 구릿빛으로 변한 이유다.
“각오요? 코로나는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거고, 잘 관리해야죠. 위기 순간을 잘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들의 협력이 필수인데, 위기가 닥친 후 협력을 요청하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평소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록 방역행정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는 만큼 구민 생활을 기본부터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서 구청장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