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선 다 같은 배우…기립박수에 큰 힘 얻죠"

by장병호 기자
2021.04.22 06:00:00

뮤지컬 ''검은 사제들'' 앙상블 이동희·이지연
동명영화 무대로 옮긴 창작뮤지컬
주인공 외 존재감 높은 1인多역 활약
주교·마귀 등 소화, 감초 역할 톡톡
"차근차근 성장하며 발전하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첫 공연부터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아서 울 뻔했어요. 예상못한 뜨거운 반응에 연습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앙상블 배우 이동희(30), 이지연(26)은 요즘 커튼콜 때마다 관객이 보내주는 기립박수에 큰 에너지를 받고 있다. 뮤지컬 데뷔 6년째인 이동희, 그리고 지난해 12월 뮤지컬 ‘그라피티’로 데뷔한 신인 이지연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무대임을 매회 느끼고 있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앙상블 배우 이동희(왼쪽), 이지연이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희, 이지연은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환호는 지르지 못하지만, 눈빛만 바라봐도 작품을 향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벅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두 배우는 “주연, 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에게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 관객이 원 캐스트로 매회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을 소재로 2015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동명영화를 무대로 옮긴 창작뮤지컬이다. 김신부, 최부제, 그리고 악령에 씌인 소녀 영신 3명이 극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4명의 앙상블(심건우·김정민·이동희·이지연)이다.

특히 이동희, 이지연은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동희는 주교와 검은 개, 마귀, 그리고 돼지 ‘돈돈이’를 아끼는 수도사 안토니오 등 총 4개 역할을 소화하며 감초 캐릭터로 활약 중이다. 이지연은 영신을 조종하는 마귀 역으로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앙상블 배우 이동희(왼쪽), 이지연의 공연 장면. 이동희는 주교·검은 개·마귀·수도사 안토니오, 이지연은 주인공 영신을 조종하는 마귀 역으로 관객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사진=알앤디웍스).
이지연은 무용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빼어난 움직임을 선보여 관객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연은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서울예술단 단원으로도 활동하셨는데 그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무용을 제대로 해본 적 없어서 두려움도 컸지만 앙상블 오빠들과 안무감독님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희는 4개의 역할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극의 무게감을 잡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희는 “앙상블은 작품 속에서 정해진 캐릭터의 서사는 없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만의 서사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검은 사제들’은 나와 지연이뿐 아니라 각각의 앙상블이 어떤 캐릭터로 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볼거리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앙상블 배우 이동희(왼쪽), 이지연이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주·조연도 앙상블도 무대 위에선 다 같은 배우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10대 시절부터 뮤지컬배우를 향한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드럼을 쳤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소리도둑’을 봤어요. 고등학교 선배님이기도 한 남경주 선배님이 나온 작품인데, 무대 위의 에너지에 빠져들었죠. 그때부터 학원을 찾아다니며 뮤지컬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어요.”(이동희)

“처음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요. 어머니께서 뮤지컬배우를 권했어요. ‘엘리자벳’으로 뮤지컬을 처음 접했는데 너무 설레더라고요. 그때부터 뮤지컬을 더 많이 보면서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어요.”(이지연)

두 배우는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서면서 뮤지컬배우로 더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이지연은 “‘레드북’ ‘고스트’ ‘아이다’ ‘위키드’ 등 하고 싶은 작품은 너무 많지만, 처음 본 ‘엘리자벳’도 정말 하고 싶다”며 “뮤지컬을 하며 만나는 선배들을 제 롤모델로 삼아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희는 “‘넥스트 투 노멀’ ‘더 데빌’처럼 밴드 음악이 있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다”며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