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20대 창업 증가? 혁신 창업은 분발해야

by김정우 기자
2020.12.13 09:05:36

코로나 영향에도 청년창업률 증가
혁신과 무관한 부동산 창업률 증가해
온라인 도·소매 창업↑...불안정한 플랫폼 노동도↑
창업 청년들 "양질의 기술 창업 지원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창업 열기가 거셌다. 올 3분기 창업이 지난해 대비 13.3% 증가해 2분기(8.1%↑)에 비해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대 창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늘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창업률 상승 배경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체 창업률 중 혁신과 관계없는 부동산 창업 비율이 높은 데다 불안정한 1인 자영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창업 30% 늘었다

지난달 24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창업기업은 34만31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3% 늘었다.

특히 20대 창업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3분기 30세 미만 창업은 4만6809개로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 연령대별 전년 대비 증가율은 60세 이상이 15.8%, 30대 13.4%, 50대 9.0%, 40대 8.8% 순이었다. 올 상반기까지 30세 미만 창업 증가율이 13.8%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대의 창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셈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반등하고 경제활동이 점차 회복하고 있어 신규창업은 계속해서 활발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혁신 창업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년동월대비 월별 창업기업 증가율(단위: %, 출처=중소벤처기업부)

혁신과 무관한 부동산 창업 증가율 두 번째로 높아

그러나 중기부 통계를 보면 혁신과 무관한 부동산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2.3%에 달했다. 도·소매업(2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창업기업 숫자를 보면 부동산업이 36만9274개로 전체 창업기업 수(115만2727개)의 32% 가량을 차지했다. 도·소매업(25%)과 숙박·음식점업(10.9%)에 비해 부동산 창업률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부동산 업계 호황 영향도 있지만, 국세청이 올해부터 주택임대업자의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한 영향도 있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수입금액의 0.2%를 가산세(본세에 더해 징수하는 금액)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신규 창업뿐 아니라 새롭게 사업자등록을 한 기존 사업장도 부동산 창업률에 포함된 것이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스냅타임 재가공)

취업 어려워 진입장벽 낮은 SNS 마켓 창업

도·소매업 창업도 청년들에겐 평생 직장보다 취업 전 경험을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정수지(23·여) 씨는 지난 9월 중순 디저트를 판매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켓을 열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원하던 직종의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다”면서 “적은 자본으로 경험을 쌓고 용돈도 벌기 위해 ‘인스타그램 마켓’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뿌듯하다”면서도 “(인스타 마켓을) 평생 직장으로 삼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8월 비임금 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창업한 자영업자 중 19.6%가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창업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대비 5.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청년들은 대개 진입장벽이 낮은 SNS 마켓이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도·소매 전자 상거래를 택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온라인을 이용한 창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창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불안정한 1인 자영업 늘었다...양질의 청년 창업 지원 필요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기술 창업은 정보통신업·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지식기반 서비스업 증가로 전년 대비 9.1% 늘어났다. 2년 연속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도·소매업(29.4%), 부동산업(22.3%), 숙박?음식점업(12.6%) 창업 증가율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혁신 창업’으로 불리는 기술 창업보다는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이 창업률을 견인했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의 임용빈 책임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체 창업 증가율만큼 양질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혁신 창업보다는 노동 환경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하는 것)’과 20대들의 단기적인 온라인 창업 증가가 (창업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배달서비스 거래액 증가율은 66.3%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을 통한 배달이 급격히 증가한 것. 실제로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1000여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까지 늘렸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지난 8월 5000명을 추가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가 창업률 상승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자도 1인 자영업자(사업자)로 등록하면 창업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창업을 목표로 한다는 김소희(24·여) 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청년들이 질 좋은 중장기적 일자리를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수치적인 창업률 증가보다는 내용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시 컨설팅 웹사이트 ‘소다란 입시컨설팅’을 개발한 청년 창업가 정혜린(가명·23) 씨는 "청년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20대들 사이에서 창업 진입장벽이 낮아진 대신 쉽게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혁신창업이라 불리는 기술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향후 지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