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집회, 1인 시위로 선회하지만…'게릴라성' 집결 우려

by정병묵 기자
2020.10.03 07:33:00

전운 도는 광화문…''1인 시위'' 강행, 곳곳 충돌 예상
집회 금지통고 받은 보수단체 "1인 시위·차량 집회"
방역당국, 서울 도심 불법 집회 원천 차단 방침

[이데일리 정병묵 이용성 기자] 일부 보수단체들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1인 시위, ‘드라이브 스루(차량)’ 집회를 강행한다. 정부·방역당국·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에 따라 집회는 당초 예상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광화문 집회처럼 당초 예상 인원을 넘어선 ‘게릴라’식 인원 집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사랑제일교회·자유연대 등 정부와 여당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월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8·15집회참가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개천절을 앞두고 “개인 자격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1인 시위를 할 것”이라며 “1인 시위라 어떤 통제나 계획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광화문 일대에서 1000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경찰의 금지통고를 받았다. 이 단체는 서울행정법원에 옥외집회 금지처분 취소 본안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했지만 법원은 9월 29일 개천절 집회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높으므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미 추석 연휴 전부터 광화문에 집회 인원이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장 주변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둔 상태다. 현재로서는 10인 미만 기자회견 방식의 집회만 가능한 상황이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전 신고 없이 집회 금지구역에서도 할 수 있으며 금지통고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지난 광화문 집회 때처럼 예상을 훨씬 뛰넘는 인원이 집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인식 비대위 사무총장은 “광화문은 독재와 싸우는 성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 이곳을 떠나선 안 된다”며 “전 국민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1인 시위를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위법 집회 시 현장 체포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일부 단체의 개천절 집회 강행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으면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비롯한 인근 1호선 종각역,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북궁역, 안국역 등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방침이다. 또한 광화문광장 주변을 오가는 시내버스 34개 노선에 대해 도로 통제 여부에 따라 우회운행을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9월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 주변에 개천절 집회 금지를 위한 펜스가 설치돼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10대 미만 ‘드라이브 스루’ 집회는 서울 강동구 일대 한 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 3일 오후 2~4시 강동구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15.2㎞ 부근에서 차량 10대 미만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퇴진 운동’을 신고했다. 이 단체는 당초 200대 규모 집회를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았고 행정소송을 제기, 일부 인용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집회는 2시간 동안 9명 이내 인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 진행하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차량에 1명만 탈 수 있고, 창문을 열 수 없으며, 집회 전후 대면 모임이나 접촉을 할 수 없다는 등 9가지 조건을 주최 측에 제시했다.

방역당국은 위법 집회에 ‘자비 없이’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법원에서 정해준 대로 하면 코로나19 전파 위험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법원의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불법집회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해산시키고, 책임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를 찾아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확신시켜 주길 바란다”며 “그렇게 해야만 코로나19에서 우리가 빨리 벗어날 수 있고, 그래야만 경제도 살아나고 시민들의 삶도 되돌아올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