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핫플] 한폭의 수묵화 그린듯, 달도 쉬어 가는 곳

by강경록 기자
2020.04.17 05:00:00

충북 영동 월류봉

한천팔경 중 제1경인 월류봉에 달이 흘러 가고 있다.


[영동=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북 영동 황간 일대에는 수묵화같은 풍광 ‘한천팔경’이 있다. 한천팔경의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 월류봉(月留峰)이다. 백화산 자락에서 발원한 석천과 민주지산 물한계곡을 이루는 초강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깎아 세운 듯 층층이 솟아있는 봉우리와 그 아래를 휘감아 도는 맑은 물이 일품이다. 한 폭의 수묵화같은 월류봉 자락에는 화룡점정처럼 날아갈 듯 날렵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월류봉은 ‘한천팔경’ 중 제1경이다. 월류봉을 빼고 한천팔경의 나머지 일곱 곳은 사군봉, 산양벽, 용연대, 화헌악, 청학굴, 법존암, 한천정사 등이다. 하지만 자취도 희미하고, 감흥도 크게 일지 않는다. 아마도 옛 선비들이 한천팔경이란 명칭을 붙인 뜻이 오로지 월류봉에 있는 듯하다.

해질무렵 바라본 월류봉과 월류정




월류봉은 달이 능선을 따라 물 흐르듯 기운다는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제1봉부터 5봉까지 모두 5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월류정 앞을 흐르는 초강천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의 모습이 있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기도 해 계절에 따라 사시사철 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 동안에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시간의 풍경부터 해의 방향에 따라 오전 및 오후 늦은 시간, 그리고 달이 뜨는 저녁시간까지 각각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곤 한다.

월류봉 주변으로는 둘레길도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1봉부터 5봉까지 다섯개의 봉우리 능선을 타며 산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정상의 높이가 그리 높진 않으나 생각보다 가파른 산이라 약간의 체력을 필요로 한다. 월류봉 정상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래로는 한반도 모양의 특이한 지형도 볼 수 있다.

월류봉 주변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의 흔적인 한천정사와 송시열 유허비가 남아 있다. 한천정사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은거할 당시 학문을 닦고 후학을 길렀던 곳이다. 이러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 바로 송시열 유허비다. 월류봉을 위시한 한천팔경도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월류봉 표지석 앞, 송시열 유허비 앞, 한천정사 앞에서 바라보는 월류봉의 풍경이 모두 제각각이다.

새벽 무렵 월류봉에 걸려있는 달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