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고준혁 기자
2020.04.10 01:30:00
규모 10위 안팎,''대량 거래''…인버스·레버리지 동시 매수도
''주린이'' 등 1조원 넘게 매수로 괴리율 높은 상품 정지 조치도
"감산 가능하나 국가별 비중 등 넘어야할 산 많아" 난항 전망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가가 바닥이라는 판단에 원유 관련 상품에 투자했던 동학개미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같은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파는 일을 반복하며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애초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흐릿해지자 국제유가가 널 뛰듯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서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개인은 TIGER 원유선물Enhanced(H)를 81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과 KODEX WTI원유선물(H)도 각각 40억원, 37억원을 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H)의 경우 개인의 투자가 활발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20.09달러까지 떨어져 18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달 31일 이후 개인은 이 상품에 대해 매수, 매도를 반복해왔다. 유가가 최저점을 찍은 날, KODEX WTI원유선물(H)은 매도 순위 5위(574억원)를 기록했지만 다음날인 지난 1일엔 반대로 매수 순위 5위(510억원)에 올랐다. 그러다 WTI가 25.32달러까지 올랐던 지난 3일, 개인들은 이 상품을 가장 많이(749억원) 팔아치웠고 23.63달러로 떨어진 전날엔 2번째(660억원)로 많이 사들였다. 유가의 등락에 따라 선물 매매 형태도 들쑥날쑥한 셈이다.
이같은 경향은 인버스, 레버리지와 결합된 상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개인 투자자는 지난 3일(191억원)과 6일(67억원)엔 매수했다가 전날(57억원)은 팔았다. 특히 지난 6일엔 이 상품을 사들이면서도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42억원)을 매수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와 상승할 때 얻는 레버리지라는 성격이 정반대인 상품이 비슷한 규모로 매수되는 건 그만큼 가격 예측에 혼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개인들이 원유 상품 투자에 갈피를 못 잡는 이유는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 협상 과정에서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우디와 러시아 양국이 1000만 배럴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와 “감산량이 1500만 배럴일 수도 있다”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이에 유가는 하루 사이 약 30%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사우디와 러시아는 감산 합의에 돌입,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에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나라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산유국 1위인 미국도 감산해야 한다는 요구로 번지는 등으로 6일 예정된 회의는 이날로 연기됐다. 이에 지난 6~8일 유가는 다시 20% 가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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