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빵 내음 솔솔~"..맛있는 발레 '헨젤과 그레텔'
by윤종성 기자
2019.10.01 05:20:01
공연장에는 '빵 내음· 버터 향' 가득
남성 무용수가 맡은 '마녀' 역 신선
김세연의 첫 전막 발레안무 도전작
| 발레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와 그레텔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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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빵 굽는 내음 가득한 발레 본 적 있나요?”
9월 20~2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렸던 발레 ‘헨젤과 그레텔’ 얘기다. 동화의 판타지를 살리기 위해 극장 안에 빵 내음과 버터 향기를 가득 퍼뜨린 이 공연은 시작부터 색다르다. 1812년 독일의 그림형제가 발표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893년 독일 작곡가 홈퍼딩크가 발표한 어린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리브레토(libretto, 대본)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을 숲속에 버린 악역 계모를 가난에 지친 엄마의 실수로 순화한 것이나, 숲에서 잠의 요정· 이슬의 요정 등을 만나는 등 동화적 요소를 극대화 한 것이 홈퍼딩크의 오페라 내용과 닮았다. 음악은 홈퍼딩크의 오페라 음악을 중심으로 △비제의 ‘작은 모음곡’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중 제 2악장 △그리그의 ‘페르 귄트’ 중 ‘산왕의 궁전’ 등 귀에 익은 클래식 명곡들이 잔잔하게 흐른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 등 주요 인물들이 적절한 비율의 춤과 연기로 줄거리를 전달해 ‘드라마 발레’ 본연의 모습에 충실했다. 특히 ‘숲의 요정’ 장면은 30여 명의 무용수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숲속에서 흰색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백색 발레(Ballet Blanc)’로 구성해 발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한다. 여기에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힘을 합쳐 역경을 헤쳐 나가는 앙증맞은 어린이 출연자들의 모습이 보는 맛을 더한다.
쿠키 요정과 까마귀 등 원작 동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 장면도 신선하다. 특히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녀 역을 남성무용수가 맡아 극의 긴장감을 살린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하지만 초연인 만큼 보완할 점도 눈에 띈다. 다소 지루한 느낌의 1막 내용은 과감하게 들어낼 필요가 있다. 1막의 고비를 넘기고 맞이하는 2막부터는 마녀 등장과 함께 아이들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작품은 최근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발레리나 김세연의 첫 전막 발레 안무로 관심을 모았다. 김세연은 고전 명작에 발레의 매력을 잘 입혀내는 안무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뤄냈다. 그녀의 완성도 높은 안무에 조명·의상·세트·소품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예술이 잘 어우러져 마법같은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무엇보다 이 공연처럼 눈과 귀에 코까지 즐거운 공연은 흔치 않다.
| 발레 ‘헨젤과 그레텔’ 커튼콜에서 안무를 맡은 김세연(가운데)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사진= 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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