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by류성 기자
2019.05.25 07:47:06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3)직장인의 현명한 처세술이란?
회사에서 대리 시절, 나는 과장 승진 시 고배를 마셨던 일을 계기로 삶의 큰 진리를 얻을 수 있었다. ‘내 가슴이 원하는 대로 살자’, ‘일을 즐겁게 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찾자’, ‘승진이 아닌,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진짜 나의 역량을 키우자’라는 것이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는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진정한 역량을 쌓기 위한 자기계발 열정을 불사르고 ‘발가벗은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깨달음이 있었다. ‘Out of Control(통제 불능)’과 ‘In Control(통제 가능)’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통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 따라서 ‘통제 가능한 것에 최선을 다하고, 통제 불가능한 것에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미련을 두지 말자.’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 해도 인사고과를 잘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가 있다. 또 평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1차로 팀장, 최종적으론 임원이 결정한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나의 컨트롤 범위 밖이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 내가 과장 승진 대상자였을 때, 우리 팀엔 차장 승진 대상자 3명을 포함해 나까지 승진 대상자가 4명이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인 내가 평가를 잘 받고 승진하기는 힘든 구조였다. 하지만 부서에 승진 대상자들이 없는 동기들은 상대적으로 승진이 수월했다. 결국 ‘나의 역할은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이다. 그런데 대다수는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리 시절, 나 또한 우매하게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컨트롤 가능한 것들이 있다. 퇴근 후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것,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것, 이를테면 올해 말까지 자격증 공부를 마친다던지, 책을 한 권 쓰겠다던지, 토익(TOEIC) 점수를 높이겠다는 건 나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결과가 어느 정도는 따라온다. 컨트롤 가능한 것들이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어느 정도는 나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일정과 질을 컨트롤할 수 있다. 즉, 내가 컨트롤 가능한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 범위 밖에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미련을 두지 말자라는 깨달음이었다. 이 또한 너무 당연하지만, 진리를 얻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 역시 가슴이 뛰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어느 리더십 유형 진단에 비춰 당시의 나를 분석해보면 나는 ‘성취형 인간’이기도 했지만, ‘경쟁형 인간’이기도 했다. 비슷한 것처럼 들리지만 두 유형은 상당히 다르다.
경쟁적인 사람들은 경쟁 대상을 이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거나 외적인 것에서 동기를 찾는다. 반면, 성취지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내적인 것에서 성공의 동기를 찾는다. 성취지향적인 사람은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에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특징이 있다. 결국 스스로에게도, 남들에게도 보다 ‘건설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지금의 나’보다 잘하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몇 가지 깨달음을 얻고 난 후 결심한 건, 진짜 역량을 키우고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MBA를 진학했고, 코칭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책과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 시대의 철학가이자 정치가, 사상가, 문필가인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인생론’에서 “언제든 좌절감을 주는 현실이 닥칠 수 있다.”며 “마음먹은 대로 현실을 자유로이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과 변화 불가능한 현실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했다.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는 ‘평온을 비는 기도’에서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라고 말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안달하고 분노하는 대신,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직장인의 현명한 처세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