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림욕·해풍욕·온천욕…‘삼욕’의 고장에 가다

by강경록 기자
2019.02.08 06:00:01

경북 울진 늦겨울 여행
겨울산행의 매력 품은 ‘덕구계곡’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수 ‘덕구온천’
임금님도 반한 겨울 별미 ‘붉은대게’

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20~30m 높이의 용소폭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을 흔히 ‘삼욕’(三浴)의 고장이라 한다. 산과 바다, ‘산림욕’은 물론 ‘해수욕’, ‘온천욕’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서다. 울진 여행에서 이 삼욕을 해보지 않았다면 여행을 잘못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얼어붙은 겨울 계곡 위를 거닐며 주위 기암절벽의 위용을 느끼고, 온천에 몸을 푹 담근다면 겨울 여행의 색다른 멋을 안겨준다. 여기에 먹거리의 향연도 펼쳐진다. 울진 겨울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먹거리 덕분이다. 이맘때 울진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에 널렸다. ‘식욕’에 불을 지피는 ‘붉은대게’가 제철이다. 색다른 ‘삼욕’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번 주말 울진으로 떠나보자.

덕구계곡의 선녀탕


덕구계곡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20~30m 높이의 용소폭포
◇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리는 ‘산림욕’

울진의 겨울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 산행은 필수다. 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릴 수 있어서다. 겨울산은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벗겨 낸 굴곡 있는 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에 삶이 주는 억압과 허식에서 벗어난 듯 해방감 또한 겨울 산행의 색다른 묘미다.

온천지구에서 계곡으로 진입한 후 대형 파이프를 따라가면 원탕까지 이어진다. 이 파이프는 원탕에서 나온 온천수를 온천지구까지 실어나르는 관이다. 원탕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경관이 수려해 산책 삼아 가볍게 길을 나설 수 있다. 트레킹은 콘도 건물 아래 계곡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줄기가 매끈하고 붉은 적송이 즐비한 계곡으로는 맑은 계수가 쉼 없이 흐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시작으로 계곡을 건널 때마다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 프랑스 노르망디교, 스페인 알라미요교,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등 축소 제작한 전 세계의 유명한 다리를 건너는 것도 흥미롭다. 다리마다 특징과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다.

겨울산행의 묘미 품은 덕구계곡


특히 1.5㎞ 지점에 있는 용소폭포와 주변의 기암이 펼치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수백년간 용이 되기를 기원한 이무기가 산신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폭포 위쪽 계곡을 가로지르는 크네이크교(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탐방로에서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나무처럼 붙어버린 ‘연리지’를 볼 수 있다. 한 효자가 샘물로 중병을 앓던 어머니를 낫게 했다는 효자샘도 있다. 수분 보충이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서 맛보는 샘물은 무척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다리인 장제이교(중국 구이저우성)를 건너면 마침내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는 원탕이 나타난다. 원탕 입구에 있는 어른 키 높이의 석탑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오른다. 원탕의 물은 바가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물은 따뜻할 뿐 아무런 냄새나 맛이 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는 족욕탕을 조성해 놓았다. 족욕탕에 발을 담가본다. 이내 따스한 기운이 퍼지면서 1시간여의 트레킹으로 피로해진 다리가 깃털을 단 듯 가벼워졌다.


◇뜨끈한 온천욕에 몸 담그니 신선이 따로 없네.

덕구계곡 상류에 자리한 원탕. 국내에서 유일한 온천용출수다.
덕구온천은 스파월드, 대온천장, 프라이빗 스파룸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객은 대온천장만 이용하거나 스파월드와 대온천장을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프라이빗 스파룸은 일명 ‘가족룸’으로 별도 공간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이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풀 2개와 어린이용 슬라이드가 있는 스파월드가 나타난다. 스파월드는 후끈한 기운이 가득하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나 젊은 층이 많아서인지 여름철 해변이나 물놀이장에서 볼 수 있는 래시가드를 입은 이들이 많다. 물론 실내 시설이어서 수영모나 모자 착용은 필수다.

스파월드 실내에는 ‘테라쿠아’와 ‘액션스파’가 있다. 테라쿠아는 기포와 물의 흐름을 이용해 발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으로 근육통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션스파는 더 강력한 수류로 몸을 마사지하는 것을 말한다.

안내판에 적힌 순서에 따라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했다. 강력하게 분사된 물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시원하면서도 간지럽고, 때론 바늘로 찌르듯 아프기도 하다. 30분 정도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를 체험하고 나니 몸 여기저기 뭉친 곳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실내에는 사우나와 황토찜질방도 있다.



덕구온천스파월드 노천탕


노천에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라는 물줄기로 마사지를 하는 물안마폭포탕, 300년 이상 된 원목이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원목온탕, 딸기와 레몬을 이용한 딸기탕과 레몬탕, 온천욕 후 쉴 수 있는 야외 선탠장이 있다.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 때 뜨거운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바깥 공기에 얼굴을 내맡기면 어느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스파월드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대온천장이다. 42.4도 덕구온천의 온천수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 목욕탕과 모습은 비슷하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일반 온수탕부터 바가지탕, 냉탕을 갖추고 있고, 사우나와 찜질침상도 있다. 뜨거운 물에서 온천욕을 하고 나면 온몸이 무장해제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가마솥에 찐 붉은대게


◇임금님도 코를 박고 먹은 ‘붉은대게’

울진의 겨울 대표 별미인 ‘붉은대게’
산림욕과 온천욕 후에는 ‘식욕’이 왕성해진다. 서둘러 울진의 가장 아랫동네인 ‘후포’로 운전대를 잡는다. 후포는 휘라포(徽羅浦)에서 유래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포구라는 뜻이다. 사실 후포는 국내 최대 대게잡이 포구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 후포항 공판장은 항구로 들어온 어선들이 대게와 홍게를 쏟아낸다. 지금부터 봄까지가 후포항이 가장 바쁜 시기다. 수산물을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려서다. 손님을 끄는 횟집 촌 아주머니의 시원스러운 목소리도 늦겨울 후포항의 또 다른 매력이다.

대게 등껍질 비빔밥


울진대게는 다른 지역의 대게와 달리 속살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해서 일찍부터 임금님 수라상까지 올랐다고 한다. 임금은 대게의 맛에 반해 코와 입에 대게 부스러기가 묻은 줄도 모르고 정신없었다고 한다. 맛있게 먹는 것은 좋으나 용안(龍顔)이 추해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탐식하게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던지 한동안 대게는 진상물품에서 제외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울진대게의 맛의 비밀은 바닷속에 있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라 불리는 거대한 암초는 대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 넓이만 무려 동서 21㎞, 남북 53㎞에 달한다.

대게는 찜을 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뜨거운 대게를 잡고 다리 가운데를 가위로 살짝 흠집 내 쭉 잡아당기면 쫄깃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입안에 넣으면 씹을 새도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쫀득하면서도 고소하고 뒷맛까지 개운하다.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는 대부분 음식은 맵고 짜지만 울진대게는 고소한 살코기 맛과 향기만으로도 앉은자리에서 세 끼 양을 먹어치우게 한다

울진의 겨울철 별미인 ‘붉은대게’


◇여행메모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나들목을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불영계곡을 지나면 후포항이 가깝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면 후포읍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먹을 곳= 붉은대게는 후포리의 왕돌회수산이나 죽변리의 후계 울진 대게 센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