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8.11.12 06:00:00
여야 정당들 사이에 현행 300명으로 돼있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논의가 오가는 모양이다. 총선거에서 집계되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을 일치시키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며, 결국 의석수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면 된다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지금보다 의석을 60석이나 더 늘리자는 얘기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일부 소수정당에 있어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높은데도 이런 현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거대정당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수정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요한 정치 과정이 거대정당 중심으로 진행됨으로써 의원들이 기득권에 집착할 수 있는 풍토가 고쳐지기 어려웠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폭넓은 의미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그러나 의원들의 자기반성 없이 의석부터 늘리자는 얘기는 스스로 기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존 지역구 체제를 그대로 두고 비례의석만 더 늘리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6만 74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지만 의원 세비는 오히려 OECD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금배지를 달았다는 이유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의원들이 없지 않은 현실에서 ‘갑질 의원’만 늘릴 소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선거개혁을 원하는 것은 깨끗하고 건전한 정치 풍토를 만들자는 뜻이다. 민생경제가 망가지고 있는데도 팔짱 끼고 있는 의원들을 몰아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정치자금을 받아 챙기는 한편 상임위 소속기관으로부터 로비성 지원을 받아 외유를 즐기는 그릇된 풍토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임기 초에는 의원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이다. 굳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려면 기존 선거구를 축소·개편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특권을 내려놓는 자세가 먼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