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8.02.14 05:30:00
매수·매도자 눈치보기 치열
"그동안 너무 올라" 추격매수 머뭇
집주인은 금리인상 등 변수 촉각
자고 나면 뛰던 호가 빠지는 추세
집값 상승폭 둔화..안정기 전망도
[이데일리 성문재 정다슬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관리처분계획(일반분양을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 인가를 받아 조합원 분양까지 마친 1만 1106가구 규모 강남권 초대형 단지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한 대표 아파트로 꼽히면서 최근까지만 해도 아파트값이 상승일로였다. 지난 1월 말에는 전용면적 102㎡형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일주일 새 1억원 가까이 올라 12억~12억 5000만원에서 13억 5000만~14억원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호가가 매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시세는 다시 2000만~5000만원 빠졌다. 둔촌동 D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는 너무 갑작스럽게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매도자는 금리 인상 및 대출 규제 등 다양한 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라며 “기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지는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오버슈팅(overshooting)인가, 더 큰 상승을 위한 일시적인 ‘숨고르기’인가. 강남 재건축 시장이 다시 정체기에 진입했다. 단기간 너무 많이 급등했다는 불안감과 금리 인상 압력, 본격화하는 규제 시행에 매수자도 매도자도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강동구 재건축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25% 올랐다. 직전주에 4.20% 급등한 뒤 상승폭이 많이 줄었다. 송파구는 0.12% 내렸다. 지난해 8월 25일(-0.13%) 이후 23주만의 하락이다. 잠실주공5단지가 1000만~1500만원 가량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강남·서초구 아파트값 오름세가 3주 연속 약해졌다. 1월 넷째주 0.93%였던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폭은 1주일만에 절반 수준인 0.43%로 작아진 데 이어 2월 첫째주 0.2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0.78%에서 0.69%, 0.45%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변동률도 3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데다가 여러 규제로 수요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라며 “국면이 완전히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러 악재가 산적해 있는 만큼 매수자들도 이전처럼 무턱대고 뛰어들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 상승세는 예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강남구 아파트 시세는 2006년말 3.3㎡당 3538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가 10년 만인 2016년 말 3563만원으로 회복했다. 이후 2017년 말 4135만원으로 상승했고 이달에는 4326만원까지 올랐다. 불과 2달 사이에 작년 한해 상승폭의 3분의 1만큼 오른 셈이다. 서초와 송파·강동구 역시 올해 상승분이 지난해 상승분 3분의 1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강남 아파트 시장의 주요 매수자인 자산가들조차 이런 가격 급등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에서 근무하는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담을 해보면 자산가들 역시 최근 강남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느끼고 추격 매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며 “특히 3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할 경우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자칫 세무조사까지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금리 인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사 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모든 대출이 부채로 잡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역시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반기 총 9510가구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 강남권 전체에 공급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 역시 나온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일부 재건축 단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 대한 타당성 검증 등의 작업에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에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 증가, 임대수익률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부터 집값이 안정 기조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악재에도 강남권의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권은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돼 있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강남 집값이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작년만큼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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