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롯데케미칼맨' 허수영 사장, 年영업익 3조원 넘긴다
by성세희 기자
2017.10.16 05:35:00
3Q 추정 실적 8000억원 초반 육박
샐러리맨 신화 허 사장, 창사 최대 실적 경신 예고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올 초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롯데케미칼(011170)이 반년 만에 다시 최대치 경신을 노리고 있다.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8048억원이다. 1~3분기 누적으로는 2조 2518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석유화학 업황이 크게 호전되고 있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최대의 실적을 경신하면서 창립멤버로 41년간 회사를 지킨 허수영 롯데 화학BU장(사장)의 역할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허 사장은 1976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창립 멤버로 입사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41년간 한 회사를 지키며 최고경영자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로 통한다. 허 사장은 2012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롯데케미칼 초대 사장을 맡아 종합화학회사로 덩치를 키웠고, 최근 3년간 롯데케미칼 실적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허 사장은 그룹 내 다른 화학 기업 성장에도 일조를 했다. 특히 삼성 계열사였던 롯데정밀화학(004000)(구 삼성정밀화학)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에틸렌계 공장을 설립하는 등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실적 개선에 앞장섰다.
2015년부터 상승곡선을 탄 롯데케미칼은 같은 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 6111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은 전년보다 5배 이상 상승했다. 이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조5442억5400만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2조원을 넘겼다.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좋다. 지난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낸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1조447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3분기 영업이익도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허 사장은 자회사 LC타이탄을 지난 7월 11일 말레이시아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유상증자에도 성공했다. LC타이탄은 나프타분해시설(NCC) 정기 보수로 300억원 이상 예상 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보다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탄탄해진 LC타이탄은 1600억 원을 투자해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신설하는 등 실적 개선을 낼 발판을 마련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도 합성수지(ABS) 이윤이 높아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허 사장은 화학 분야 국내 1위인 LG화학(051910) 박진수 부회장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업계를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한국석유화학협회장과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대 화학과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업계에서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두 회사를 이끌면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건 석유화학 제품군 가격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여서다. 지난달부터 원유로부터 추출해 가공한 폴리프로필렌(PP)·모노 에틸렌 글라이콜(MEG)과 합성고무 원료인 뷰타다이엔(BD) 가격이 올랐다. 중국이 석유제품 재고를 축적하기 위해 사들이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또 석유화학업체의 NCC 정기 보수와 미국 허리케인 피해로 석유 제품 공급 축소도 한몫했다.
다른 석유제품과 달리 피복과 필름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가격은 다소 하락했다. 경쟁업체인 미국 셰브론 필립스 화학회사(Chevron Phillips Chemical)가 올해 하반기 PE 등을 추출할 수 있는 크래커 10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서다. 그러나 이 회사가 허리케인 영향 등으로 생산 계획을 이듬해 상반기로 미루면서 PE 가격 내림세도 주춤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정통 종합화학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지는 추세”라며 “하반기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다운스트림(원유 수송·정제·판매) 이윤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