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7.04.24 05:30:00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최훈길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복지공약이 심상찮다. 나라 살림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복지급여 인상을 경쟁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장애인기초급여를 3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하는 식이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2018년부터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것보다 5만원 더 많은 액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치 포커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베팅’(betting)과 ‘레이징’(raising)을 거듭하며 판을 키우는 것과도 흡사한 행태가 대선 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회원국 30개국 중 최하위다. 한국의 복지지출 증가속도는 2000~2016년 연평균 5.4%로 OECD 평균(0.98%)에 비해 가파르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대선 후보들이 복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앞다퉈 공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대선 후보들은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대한 구제척인 ‘돈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확대(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탈루소득 발굴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정강화(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재정지출 합리화 및 세출조정(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원론적이고 모호한 설명 뿐이다.
군 병사 봉급 인상에 대한 공약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2020년까지 병사 봉급을 최저임금의 50%가 되도록 인상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은 21만6000원으로 최저임금의 16% 수준인데, 이를 대폭 늘리겠다는 얘기다. 앞서 홍준표 후보가 병사 월급 30만원을 언급하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최저임금의 40%를 약속하자 문 후보는 더 높은 금액으로 ‘판돈을 레이징’한 형국이다.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는 것은 공약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지지출을 지금보다 늘리기 위해선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수의 자연 확대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증세를 해야 하지만, 표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세 주장을 누구도 꺼내지 않는다.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후보들의 공약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장은 무분별한 복지 공약으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를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앞으로는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해 돈을 많이 쓸 수 없다”며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재정이 건전해 국가 돈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인데, 국가부채가 점점 심해질수록 위기 대응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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