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메모리에 저장해 영화로?”..9회 카오스 콘서트 ‘뇌 VS AI’ 종료
by김현아 기자
2016.08.28 09:30: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눈을 감고 상상하거나 꿈을 꾸는 동안 활성화된 시각피질을 기록해 곧바로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뇌파를 측정하는 모자를 쓰고 속으로 생각한 내용을 말풍선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을 메모리카드처럼 만들어 마치 기기처럼 넣었다 뺐다 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강연을 듣던 관객들 사이에서 신기함과 놀라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까지 밝혀진 뇌과학 실험이나 기술개발 수준을 바탕으로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6일, 재단법인 카오스(www.ikaos.org)가 후원하는 제 9회 카오스 콘서트 ‘뇌 VS AI’를보기 위해 약 천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을 찾았다.
카오스 콘서트는 ‘인간지능’과 ‘인공지능’ 각각의 속성에 대한 내용을 흥미로우면서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명한 석학들과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나서 강연, 강극,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형식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첫 강연자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과 무엇이다른가?’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정교수는 인공지능을 알아보기에 앞서 인간 지성은 현재 어디까지 와있는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입을 뗐다. 이후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을 비롯해 뇌와 인공지능의 차이점, 관련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 수준 등에 대한 설명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어나갔다.
특히 정교수는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논제에 “현재 대한민국은 효율화, 정량화, 획일화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고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일들”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전뇌적 사고를 하는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2부 순서로는 강연과 연극을 결합한 렉처드라마(강극), ‘뇌(brain) 안에 너(you) 있다’가 펼쳐졌다. 8회 카오스콘서트부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나선 권일(철수 역), 김정민(수진 역), 안병식(루디 선생 역) 배우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4대 우상을 바탕으로 사랑과 죽음, 자의식과 자아, 신과 종교, 영혼과 자유의지 등에 대한 내용들을 뇌과학적으로 고찰하며 흥미롭게 풀어냈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무대 구성과 제작영상 등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로 유익함과 감동,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심도 있는 강연이 계속됐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우리 뇌를 흉내낸 알파고’를 주제로 전 세계의 관심사였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등의 내용을 소개하며 AI와 사람의 두뇌 대결에 대한 관점으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인공지능 ‘왓슨’ 개발과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 이력이 한층 돋보이는 주제와 강연이었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과 교수는 ‘뇌공학의 미래와 사이보그의 탄생’을 주제로 무대에 올라 뇌공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상에 대해 짚었다.
강연 전 후로 마련된 프로그램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프롤로그에서는 제 2회 페임랩 최우수상 수상자인 송영조 카이스트 박사과정 연구원이 착시쇼를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정재승, 감동근, 임창환 교수가 함께 하는 ‘생각하는 뇌, 토크쇼’가 진행됐다. 세 교수는 토크쇼를 통해 ‘인공지능의 창의성과 한계’에 대해 분야별로 전문가적 견해를 나눴다.
한 관객은 “뇌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상반기 카오스에 모두 참석했는데 이번 카오스 콘서트를 통해 10개의 강연들을 한번에 정리한 느낌이다”라며 “퍼포먼스, 연극과 같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기면서 동시에 과학적 소양까지 쌓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카오스재단 김남식 사무국장은 “자율주행기술, 챗봇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기점에 서있다”라며 “이번 카오스 콘서트를 통해 우리의 뇌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오스재단은 ‘과학의 공유’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과학과 대중 사이의 벽을 허물고 쉽고 재미있는 과학 지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강연과 공연, 출판 등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9월 21일부터는 10주간 지구를 주제로 한 하반기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가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