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공 아니어도"..살길 찾아 바쁜 식음료 업체들

by함정선 기자
2016.03.24 06:00:00

기존 히트상품, 사업 노하우 활용해 신규 사업 진출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커피부터 바나나맛우유 카페까지

빙그레의 ‘옐로우 카페’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전공분야가 아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식음료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 불황과 소비침체가 지속되며 식품 산업이 정체기에 들었다고 판단, 신규 사업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식음료 업체들은 기존 가지고 있는 히트 상품이나 인기 상품,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규사업에 진출하며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발효유 시장의 강자인 한국야쿠르트는 가장 활발하게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 중 하나다. 발효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이 정체되자 성장률이 높은 분야로 진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올 초 프랑스 벨과 손을 잡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끼리치즈’를 국내에 들여오며 치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이달에는 커피 브랜드 ‘콜드브루 바빈스키’까지 론칭했다.

치즈와 커피 시장은 성장률이 높은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치즈는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했고, 곧바로 마시는 커피 시장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커피 브랜드 ‘콜드브루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는 신사업에 진출하며 다른 식음료 업계에는 없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치즈와 커피 모두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빙그레는 플래그십 카페를 오픈하며 카페 시장 문을 두드렸다. 동대문 아울렛에 문을 연 ‘옐로우 카페’는 빙그레의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주제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카페에서는 바나나맛 라떼와 아이스크림, 쉐이크 등 기존 카페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색적인 제품들을 팔고 있다.



최근 우유 소비가 줄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빙그레는 카페를 통해 바나나맛 우유 브랜드를 강화하고, 동시에 카페 사업에 대한 경험까지 쌓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매일유업 등 이미 유업체들이 카페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빙그레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카페 브랜드 ‘폴바셋’을 론칭,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카페가 유업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동원은 라면 시장에 진출한다. 역시 동원F&B의 인기상품인 참치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동원은 팔도와 손잡고 세븐일레븐 PB 상품으로 ‘동원참치라면’과 ‘동원고추참치라면’ 등을 선보이기로 했다. 동원이 직접 라면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히트 상품을 활용한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시지 전문업체인 진주햄은 수제맥주 펍을 열며 외식시장에 발을 디뎠다. ‘천하장사’를 중심으로 한 간식 소시지 시장이 CJ제일제당(097950) 등 대기업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제맥주와 펍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진주햄은 이를 위해 수제맥주 회사인 카브루를 인수했고, 안주로 즐길 수 있는 고급 수제 소시지 브랜드 ‘육공방’을 론칭하기도 했다.

지난달 문을 연 직영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2~3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3년 내 50개 점포의 문을 열 계획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식음료 업계의 신사업 도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음료 업체들이 새로운 분야라고 해도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기 상품을 활용하거나 사업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안정적인 분야를 먼저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