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하영 기자
2015.09.15 05:00:00
3년간 1500억 받고도 80%를 ‘단기 위촉’으로 채워
인건비 포함 최대 25억 지원받고도 처우개선 ‘인색’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전형)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한 대학들이 국고 지원만 받고 입학사정관 정규직 채용은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위주의 입시에서 벗어나 학생의 전공적합성이나 잠재력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 전형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정착한 입시제도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1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연속 관련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48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에는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에, 지난해와 올해에는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교육부가 지원한 예산은 △2013년 395억원(66개교) △2014년 610억원(65개교) △2015년 510억원(60개교)으로 3년간 1500억 원을 넘는다. 정부 지원금은 △대입전형 개발 연구 △입학 담당자 연수 △고교-대학 연계 활동 △신입생 학습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이 ‘입학사정관 인건비’다. 대학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학생부종합전형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바탕으로 서류평가와 면접을 실시한다. 성적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사교육을 최대한 억제해보자는 취지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주로 입학사정관들이 맡고 있다.
대학들은 국고 지원금 중 최대 60%까지 입학사정관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3년 연속 정부 지원을 받은 48개 대학의 올해 입학사정관 정규직 비율은 2.9%에 불과하다. 전체 3151명의 입학사정관 중 정규직은 91명뿐이다.
나머지 입학사정관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위촉사정관 79.2%(2495명) △무기계약 8.0%(252명) △비정규직 6.2%(195명) △교수전임사정관 2.5%(79명) △전환사정관 1.2%(39명) 순이다. 이 중 전환사정관은 대학직원에서 입학사정관으로 보직을 번경한 경우를, 교수전임사정관은 학내 교수 중 ‘입학사정관’ 업무를 보직으로 부여받은 경우다. 위촉사정관은 외부 전문가나 학내 교수를 1년 이하로 단기 위촉한 경우를 말한다.
정규직 입학사정관 비율은 2013년 2.7%에서 올해 2.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무기계약직 252명 중에서도 80명(31.7%)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많게는 25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의 처우 개선에는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2014년 20억원, 올해 25억원으로 2년간 45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고도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정진후 의원은 “정부가 입학사정관 인건비로 사업지원금의 6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입학사정관은 여전히 고용이 불안한 상태”라며 “정부가 고교교육정상화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지원으로 그칠 게 아니라 채용사정관 확대와 사정관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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