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모' 박정자 "스물넷 강하늘과 키스신, 자신있다"

by이윤정 기자
2014.12.22 06:42:10

연극 ''해롤드 앤 모드''서 80세 할머니 역
19세 소년과 무공해 사랑
2003년부터 6번째 같은 역 "가장 애착"
드라마 ''미생''서 인기몰이 중인 강하늘과 호흡
"극중 나이될 때까지 공연할 것"
내년 1월9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극계 대모’ 박정자(오른쪽)가 드라마 ‘미생’에 출연 중인 배우 강하늘과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의 실제 나이차는 49살. 박정자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80세 모드로 살고 있다”며 “19살의 푸릇한 청년 해롤드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사진=샘컴퍼니).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세 소년과의 사랑? 언제든 자신 있다.” 연극계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배우 박정자(73)가 또 한번 연하남과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1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공연되는 연극 ‘해롤드 앤 모드’를 통해서다. 박정자는 극중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 상대 배역인 해롤드 역으로는 tvN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 역으로 활약 중인 배우 강하늘(24)이 출연한다. “매번 어린 남자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강하늘과 키스신도 소화할 예정이다. 팬들에게 테러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하.”

‘해롤드 앤 모드’는 콜린 히긴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프랑스와 독일을 거쳐 전 유럽에서 재공연을 거듭하며 호평을 받았다. 국내엔 2003년 ‘19 그리고 80’으로 처음 소개됐다.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해롤드가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사랑을 다뤘다.

시종일관 황당한 사건이 펼쳐지지만 이면에는 죽음이라는 테마를 통해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깨닫게 하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되짚는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큰 나무에 오르기도 한다. 아마 극장에 오면 저절로 동화가 될 거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나이까지 모드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



박정자는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해 ‘위기의 여자’ ‘단테의 신곡’ ‘굿나잇, 마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지난 52년간 140여편에 출연했다. 그런 그녀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꼽은 작품이 바로 ‘해롤드 앤 모드’. 국내 초연 당시 직접 작품을 기획해서 무대에 올렸고 50주년 기념 공연으로도 이 작품을 택했다. 같은 역으로 서는 건 이번이 여섯 번째. 횟수로는 11년째 모드 역을 맡고 있다. 박정자는 “극중 모드는 무공해에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할머니”라며 “이 세상에 모드 같은 할머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를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도 19세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박정자는 “해롤드 같은 남자라면 가능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드라면 자격이 있다. 19세 소년이든 아니든 얼마든지 환영한다. 자신이 없다면 모드 역을 연기할 수 없다.” 모드는 불안정한 나이지만 엄마도 정신과 의사도 들어주지 않는 해롤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와 진정으로 소통한다.

자칭타칭 연극계의 ‘어른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 당장 이달만 해도 31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나는 너다’(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출연과 함께 ‘해롤드 앤 모드’의 연습을 겸하고 있다. 한마디로 쉴 틈이 없다. “아침부터 ‘해롤드 앤 모드’를 연습하고 파김치가 돼서 ‘나는 너다’를 공연하러 간다. 하지만 무대를 기다리며 느끼는 행복감은 배우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대세남’ 강하늘과 호흡을 맞추는 덕에 티켓 예매 상황이 좋다며 “저절로 신이 난다”고도 했다.

바람이 있다면 극중 나이인 80세가 될 때까지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다. 그때 무대에 설 때는 배우 윤석화 씨가 연출을 맡기로 이미 약속까지 했단다. “한 배우가 20여년에 걸쳐 극중 나이까지 가는 이런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도 아마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나는 많이 늙을 거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늙어가는 모습까지도 관객이 지켜봐 주길 바란다. 여든이 돼서도 대한민국 여배우로서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축복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