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지원방안 나온다는데 시장 반응은 '냉랭'

by함정선 기자
2013.07.04 08:00:01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회사채시장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시장에선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책 마련에 시간을 빼앗기면서 정작 지원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에서 어설픈 대책으로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버냉키 쇼크’ 후 금리가 요동치며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투신과 기관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외국인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채권안정펀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 중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우선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건설이나 해운 등 경기취약 업종의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지금 바로 도입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건설·조선·해운사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당장 9~10월 A등급 건설사의 회사채 만기도래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3개 업종을 합하면 하반기 만기도래액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을 결정하더라도 산업은행 등과 실무협의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작 취약기업들은 지원을 받기도 전에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채권시장 한 전문가는 “선박금융공사를 비롯해 취약업종 지원 방안은 많이 나왔지만 정작 실행되고 있는 대책은 없다”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다가 법정관리 등 사건이 터지고 나서 만들어질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1년 하이닉스 지원을 위해 도입된 당시에도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탓이다. 특히 건설과 해운업종은 다수의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어 어떤 기업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특혜성 시비가 나올 수도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정부의 ‘보조금’으로 간주할 경우 통상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지원책이 오히려 시장을 더 위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고, 또 대책만 기다리다가 거래 공백이 심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매각 회사채는 증권사들이 인수단을 구성해 물량을 떠안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아직 패닉상태는 아닌 만큼 지원책 역시 신중하고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