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벤츠, 성장 비결은 `1인 1엔진` 장인정신

by이진철 기자
2012.08.05 12:04:15

메르세데스-AMG, 엔지니어 한명이 엔진 조립 전담
엔진 다운사우징.. A-클래스 4기통 AMG모델 출시계획

[슈투트가르트(독일)=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중소도시 아팔터바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AMG 엔진조립 공장. 출입구에 들어서자 AMG 깃발과 대형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방문객들의 국적에 따라 그 나라의 국기를 걸어놓는 것이 이 공장의 전통이라고 한다.

모델 이름에 AMG가 들어가는 벤츠 차량의 엔진을 조립하는 이 공장은 일반 자동차 회사의 생산 라인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통상 자동차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지만 메르세데스-AMG 공장의 엔지니어들은 카트에 조립할 엔진을 싣고 라인을 따라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AMG 엔진공장의 엔지니어가 카트에 실은 엔진을 손수 조립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는 엔지니어 한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직접 엔진조립을 전담하는 ‘1인 1엔진(원 맨 원 엔진)’ 전통을 45년째 고수하고 있다. 완성된 엔진에는 조립을 맡았던 엔지니어의 이름과 AMG 로고가 함께 새겨진 문장을 붙여 품질을 전담 보증하게 된다. AMG 고객이 공장을 방문하면 내 차의 엔진을 조립한 엔지니어를 만나 볼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AMG는 1967년 다임러-벤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가 벤츠에 들어가는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동업자 에버하르트 멜커와 함께 그로사스파크에 설립한 회사다. AMG의 사명은 두 창업자의 이름과 지명의 첫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메르세데스-AMG의 엔지니어가 자신이 조립한 엔진에 이름이 새겨진 문장을 붙이고 있다.
AMG는 작은 튜닝 회사로 시작했지만 1993년 다임러가 AMG의 지분 50% 이상을 사들인 후 AMG를 상표로 등록했다. 2005년에는 나머지 지분도 인수함으로써 다임러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돼 명실공히 고성능 벤츠 차량 브랜드로 성장했다. 알렉산더 웨버 메르세데스-AMG 플랜트 투어 담당자는 “AMG는 엔진 뿐만 아니라 변속기, 서스펜션, 쿨링, 브레이크 및 전자동 시스템 등 차를 빠르게 하는 모든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G 엔진공장에는 1100여명이 직원들이 개발, 영업, 마케팅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중 800여명이 엔진·새시 연구개발(R&D) 업무를 맡고 있다. 엔진조립 라인에 투입되는 엔지니어는 총 63명으로 엔진과 관련한 5~15년의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메르세데스-AMG 본사 쇼룸에 전시된 차량들.
AMG 공장에서 엔지니어 한명이 엔진 1대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엔진에 따라 다르다. 8기통 엔진은 하나를 조립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리지만 12기통 엔진의 경우 5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엔지니어 한명이 수작업으로 하루에 조립하는 엔진이 두개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AMG 공장의 연간 엔진생산 규모는 2만대 가량이다.

엔지니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엔진 1대를 완성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다고 한다. 프리드리히 에이슐러 메르세데스-AMG 엔진&파워트레인 개발 디렉터는 “고객의 요청으로 AMG 엔진을 조립한 엔지니어를 직접 미국으로 보내 차량 수리를 한 사례도 있다”면서 “엔진 공장의 엔지니어는 수년간 정비소에서 일한 경력자를 선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엔진은 임의로 선택돼 성능 검사장에서 시속 300Km의 머플러가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의 상태로 내구성과 안전도를 검사받는다. 성능 검사장은 24시간 3교대로 주 6일간 가동된다.

메르세데스-AMG 엔진 성능 검사장에서 엔지니어가 완성된 엔진을 테스트를 하고 있다.
자동차 매니아들이 특별하게 주문한 맞춤형 차량의 튜닝 작업은 AMG 퍼포먼스 스튜디오에서 연간 800여대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웨버 플랜트 투어 담당자는 “출고시 주문할 수 없는 완성차를 받아 내외부를 해체해 재조립 과정을 거친다”면서 “어떤 고객의 경우 하늘색 수건을 전달하며 내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해 시트와 내부의 모든 색상을 하늘색으로 꾸민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고성능 차를 추구하는 AMG도 자동차업계의 이슈인 엔진 다운사우징을 대비하고 있다. 에이슐러 엔진&파워트레인 개발 디렉터는 “AMG의 다운사우징 목표는 연비 및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소형엔진의 파워를 높이는 것”이라며 “차별화된 엔진 사운드를 낼 수 있는 벤츠 A-클래스 4기통 AMG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AMG 퍼포먼스 스튜디어에서 고객이 주문한 맞춤형 차량의 튜닝작업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