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판매 반짝 증가..바닥왔나?
by지영한 기자
2009.03.24 07:14:35
2월 기존주택판매 전월비 5.1% 증가
아직은 집값하락 `진행형`..재고도 높은 수준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미국의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밖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졌던 일부 지역에선 집값 하락세가 주춤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택시장이 바닥권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집값 하락의 주범인 주택차압이 지속되고 있고, 재고 물량도 높은 수준이어서 아직은 바닥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3일(현지시간) 2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가 전년동기에 비해 4.6% 감소한 연율 472만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월에 비해선 예상 밖으로 5.1%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2003년 7월 이후 증가세가 가장 컸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율 445만채를 예상했었다.
2월 기존주택(Existing Home Sales) 판매를 주택별로 볼 경우 싱글하우스의 판매는 4.4% 증가한 연율 423만채를, 한국의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을 의미하는 콘도의 판매는 11.4% 늘어난 연율 49만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거래된 기존 주택의 평균가격은 16만5400달러로 1년전 19만5800달러에 비해 15.5%나 하락했다. 17.5%가 떨어졌던 지난 1월에 이어 하락폭이 역대 2번째로 컸다.
지난 2월중 거래된 기존주택중 차압(foreclosures)과 숏세일(short sales)과 관련된 집들이 45%나 달했다. 이를 감안하면 차압물량이 쏟아지면서 집값이 크게 하락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주택차압은 대출기관이 주택을 압류하는 것을 말하고, 숏세일은 차압 직전에서 은행과 협의를 통해 원금을 일부 탕감하고 집을 매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미 정부가 생애 첫 주택 매입자들에게 8000달러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결정한 영향으로 지난달 기존주택 거래의 절반 정도가 생애 첫 주택자 구입자들이 차지했다.
빌 에머슨 퀵큰 론스(Quicken Loans) 최고경영자(CEO)는 "크게 떨어진 주택가격과 낮아진 모기지 금리, 여기에다 8000달러의 세제혜택이 어우려져 생애 첫 구매자들이 주택매입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등 일부지역의 기존주택 거래가격은 전월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곳이란 점에서 일부 지역의 집값 안정세가 아직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수아 샤피로 MFR(Maria Fiorini Ramirez)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청산(market-clearing) 과정에선 크게 떨어진 집들이 팔릴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현상은 나쁘지는 않다"고 말한다.
샤피로는 그러나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많은 주택들이 차압을 당했거나 차압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집값이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퀵큰 론스의 에머슨 CEO 역시 2월에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고가 줄어드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며 "재고감소가 나타난 이후에나 주택시장 회복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2월말 현재 매물로 나왔지만 팔리지 않은 주택재고량은 지금의 판매속도로 9.7개월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 주택시장에선 부동산중개인협회에선 통상 5~6개월 공급물량이 적당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가이 레바스 재니몽고메리스코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분명히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