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과 비교해보니..살림살이 참 팍팍해졌네"

by박옥희 기자
2008.08.25 08:26:41

소비자물가 상승률, 작년 7월 2.5%→올해 5.9%
물가·대출이자 오르는데 소득은 보합..가계빚도 늘어
소비심리 `꽁꽁`.."추석 물가안정대책 효과 있을까"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1년 전에 비해서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지표도 빨간불이 켜졌고,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고유가 여파로 물가는 상승하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 등은 늘어났지만 임금상승률은 둔화돼 소비 여력은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예년보다 1주일 앞당겨 시행한다는 추석 물가안정대책도 이미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추석과 비교해 서민들의 생활형편은 눈에 띠게 어려워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아진 반면 소득은 줄어들었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부담은 높아졌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5.9%로 9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8월에는 6%마저 넘어서 7%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년전인 지난해 7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올해 7월은 7.1%나 상승했지만 작년 7월에는 3.3% 상승하는데 그쳤다.

직접 장을 보러 나가서도 물가 상승세를 크게 실감할 수 있다. 농협유통이 농림수산식품부에 보고한 `2008년 한가위 물가안정 대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25일 앞둔 지난 20일 돼지고기 100g 가격은 1840원으로 작년 추석을 25일 앞둔 시점의 돼지고기 가격인 1200원보다 53.3%나 상승했다.

밀가루 가격도 1kg당 890원에서 1700으로 작년 추석보다 91%나 급등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출하량이 부족해 짐에 따라 닭고기와 계란 가격도 작년 추석 대비 각각 23.5%, 18.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임금은 거의 안 오르고 있다. 월별 임금인상률을 살펴보기 위해 노동부가 매월 집계하는 협약임금인상률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임금인상률은 5.1%였다. 임금인상률은 2005년 4.7%, 2006년 4.8%, 2007년 4.8%로 지난 2004년 이후 5% 아래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수지동향`을 봐도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다. 전국가구(2인이상, 농어가 제외)의 올해 2분기 월평균 소득은 전년동기대비로 5.1% 증가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증가율 5.0%에 비해서 증가폭이 커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증가율은 2분기 0.3%에 그쳤다. 연간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 2006년 2.8%, 2007년 2.5%과 비교해서도 크게 낮아졌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2분기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의 증가율은 1.0%였다.

(자료제공: 한국은행)

문제는 가계들의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점.
 
한국은행이 지난 7월말 발표한 `6월중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대출 평균금리는 연 7.02%로 전월에 비해서는 0.06%포인트 상승했지만 1년전인 작년 6월의 6.42%보다는 크게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도 작년 6월 6.33%에서 올해 6월 6.93%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계빚은 더욱 늘어나 서민들의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말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4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6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596조4407억원이었다.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가계지출은 줄어들고 있다.

(자료제공: 통계청)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는 7년7개월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6개월 후의 경기와 생활형편, 소비지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84.6으로 석달째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이는 지난 2000년 12월(8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현재 경기 생활을 평가하는 소비자평가지수도 59.2를 기록해 전달(61.3)보다 하락했다.

반면 작년 7월에는 소비자기대지수가 102.6, 소비자평가지수는 91.4로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소비자기대지수는 1년4개월, 소비자평가지수는 4년10개월만에 최고치였다.

가계의 소비 지출도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 지난 2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19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1분기의 증가율 5.3%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된 것이며,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로는 오히려 -0.2%로 감소했다.

작년 2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3.6%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1.2% 증가한 바 있다.


정부는 고유가 여파로 인한 영향이 우리 경제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예년보다 1주일 앞당긴 추석 3주전부터 추석 대비 물가안정대책를 시행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주요 정책은 ▲특별관리품목에 대한 일일 가격동향 조사표 작성을 통한 수급동향 점검 ▲주요 성수품 공급 평시보다 최대 3배 이상 확대 공급 ▲美쇠고기 수입, AI 발생, 유류오염사고로 피해 입은 농어민 지원 상황 점검 및 필요시 보완대책 강구 ▲교육비, 자동차보험료, 카드수수료 등 비용 하락 또는 안정되도록 유도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유가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오른 물가를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 다른 외부 충격 때문인데 정부가 일일히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일이고, 이런 미시적인 정책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는 올해 상반기에 상승한 물가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며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대될 수 있으니 시행하는 것이지 정부도 일시적인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