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승관 기자
2007.01.07 12:00:00
자문위 "과거 배당 적정"최종 결정
시민단체 "최후 법정소송까지 갈 것"
내부유보액 처리 등 `정부 손`에 달려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회가 국내 생보사의 성격은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로,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배분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려 거래소에 제출했다.
구분계리문제와 내부유보액 처리는 상장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못을 박아 사실상 상장의 걸림돌을 모두 제거해 17년만에 상장안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 상장규정을 손에쥐고 있는 정부의 부담이 커 질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지난 7월 공청회를 통해 국내 생보사들이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자산할당 모델이라는 계리적 기법을 활용했으며, 그 결과 적정한 계약자 배당금 지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최종 상장자문안에서 발표한 내용에서도 상장차익에 대한 계약자배당은 불가하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즉, 그동안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충분한 배당을 했고 보험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배당이익이 생기면 계약자들에게 배당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자문위는 선진국에서 보험사가 적자까지 보며 계약자들에게 배당해주는 사례는 없었다며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을 했다고 검증결과를 통해 밝혔다.
나동민 상장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자산재평가 제도가 지난 2000년 폐지된 이후 회계적으로 부동산 재평가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은 실현되지 않은 이익으로 계약자배분 후 주식가격 등이 하락하면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어 상장전 계약자 배분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며 "구분계리방식 개선은 상장의 전제조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내부유보액 처리를 두고 자문위는 원금 이 외에 이자 또는 투자수지 미배분액을 배분토록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내부유보액은 `계약자 몫의 부채`로 상장전에 계약자에 대한 부채계정, 즉 계약자이익배당준비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내부유보액을 통해 쌓은 이자 등을 계약자 몫으로 돌릴 지 여부를 강제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97년까지 주주의 자기자본에 대해서도 투자수지 배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90년 재평가시점 부터 현재까지 계약자에 대한 투자수지 배분은 오히려 과했다는 게 자문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자기자본에 대한 투자수지 배분이 이뤄진 98년 이후부터 현 시점을 따져보면 계약자에게 일부 배분되지 않은 투자수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내부유보액에 대한 원금은 각각 약 800억원, 600억원이다. 여기에 98년 이후 미배분된 투자수지를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800억원에 0원~1000억원이 더해지고, 교보생명은 600억원에 0원~600억원이 추가된다.
삼성과 교보의 내부유보액 원금 1400억원에 미배분된 투자수지를 모두 합하면 최대 3000억원을 계약자이익배당금으로 전환해 계약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해당 보험사나 관계기관이 계약자 배당금을 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를 돌려줄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자문위의 설명이다.
상장자문위가 최종 상장 자문안을 증권선물거래소에 제출하면서 이제는 최종상장시기와 계약자 몫에 대한 처리결과는 `정부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자문위의 자문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올 1분기중 자문위안을 토대로 상장규정을 손질해 정부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최종 상장규정 마련까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등 3개 시민단체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연대해 생보사상장에 대한 국회공청회를 빠르면 이달 중순께 실시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상장자문위원회의 객관성과 자문안의 적정성 등을 두고 강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부동산재평가 이익과 투자유가증권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할 방법이 없다고 자문위가 결론을 낸 것은 결국 삼성생명 등이 유배당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받아 챙긴 몫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 생보사의 법적성격은 주식회사지만 그동안 운영방식을 보면 상호회사적 성격이 더욱 강했다"며 "과거 자본잠식에 이를 정도로 악화됐지만 보험사의 주주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을 다 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배당의 적정성 문제와 관련, 삼성생명이 지난 70년대말 총 자산은 1조에 불과했지만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 자산이 100조에 이르렀다며 외환위기 이전까지의 배당의 적정성을 모두 덮고 남을 만한 치명적인 통계적 오류가 발생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이번 자문위 결과로 부동산 이익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차익 등 배당가능이익에 대한 평가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보험소비자연맹도 내부유보액이 부채라는 자문위의 주장에 대해 "주주 마음대로 필요할 때 주주몫의 내부유보액을 결손보전용으로 갖다 쓰고 이자도 한 푼 없는 부채는 이 세상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소연은 "계약자권익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생보사 상장을 추진한다면, 2000만 생보계약자의 힘을 모아 정부에 의해 빼앗긴 보험계약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적인 소송까지 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