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5.05.20 05:00:00
6·3 대선 후보들이 18일 경제분야를 놓고 첫 TV토론을 가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근무제, 인공지능(AI), 정년연장 등을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협공했다. 또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호텔 노쇼’ 발언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120분에 걸친 토론에서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는 게 총평이다.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이날 토론에서 주요 후보들은 공약 재원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서로 묻지도 않고 답하지도 않았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서 인공지능(AI) 3강 도약을 1순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간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 역시 10대 공약집에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재정지출 조정, 예산 총수입 증가분(이재명), ‘국비 활용, 민간투자 유치’(김문수) 등으로 엉성하기 짝이 없다.
선거를 겨냥한 장밋빛, 퍼주기 공약은 한국 정치의 오랜 병폐다. 이 고질병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그나마 2012년 대선에선 양당 후보들이 구체적인 숫자를 담은 공약가계부를 내놓고 유권자의 판단을 기다렸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폐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13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는 부자감세 철폐,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해 총 197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직전 2022년 대선에선 공약가계부가 아예 쟁점으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약가계부는 공약의 신빙성을 재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후보들이 ‘뻥 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도 있다. 선거가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눈 밝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향해 공약가계부 공개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구체적인 숫자로 말해야 한다. 그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