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지휘·감독 받은 등기이사, 임기 끝나도 근로자 지위 인정"
by성주원 기자
2024.12.23 07:00:00
법원, 중노위 판정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
지휘·감독 받으며 근무했다면 근로자 지위 인정
法 "임기 만료는 근로계약 종료 사유 아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등기이사의 임기와 근로계약은 별개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등기이사라도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다면 임기 만료와 관계없이 근로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2014년 3월 B사에 입사한 A씨는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하다 2016년 이사로 선임된 후 2019년 재신임 절차를 거쳐 2022년 9월 30일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B사는 2022년 8월 A씨에게 자발적 권고사직 합의서를 제시하며 A씨와 사직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B사는 2022년 9월 29일 직원 채용 지시 불응과 대표이사에 대한 폭언 등 취업규칙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이를 인용해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령했다. B사가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중노위 역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다만 중노위는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2022년 9월 30일 만료돼 원직복직은 불가능하다”며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까지의 임금상당액만 지급하도록 구제명령을 변경했다.
불복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A씨와 B사 사이의 근로계약이 원고 A씨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인 2022년 9월30일에 종료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종래 체결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따라 매일 출근해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라며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A씨가 정규직으로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에 기재된 월급을 받은 점 △회사가 해고 사유로 ‘정당한 업무명령의 위반’과 ‘상사에 대한 욕설, 폭언’을 명시한 것은 회사 스스로 지휘감독권을 가진 것을 전제로 한 점을 들었다. 특히 △A씨가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에도 별도의 임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대표이사로부터 인사고과 평가를 받아왔으며 △이사 선임 이전과 동일하게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해왔다는 점도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원고 A씨와 참가인(B사)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뤄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됐으므로 원고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써 당연히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까지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중노위의 재심판정 주문 제2항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회사 임원이라도 실질적인 근로 형태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으며, 임원 임기와 근로계약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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