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충격파 여전한 美증시…산타랠리 물건너가나[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12.20 06:44:52
다우지수만 반등에 성공..강도는 약해
강한 GDP·물가 반등…높아진 금리인하 벽
10년물 국채금리 4.57%…주식시장에 부담
엔비디아 1.37%↑…테슬라는 반등 성공 못해
달러강세 지속…달러·엔 157엔 넘어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만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인하’ 결정이 나오면서 급락했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년 금리 인하 예상폭이 줄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거의 끝이 나고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국채금리도 계속 오르면서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4% 오른 4만2342.24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1일 만에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강도는 약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09% 내린 5867.08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10% 내린 1만9372.77을 기록했다.
전날 급등한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12.78% 하락한 24.09까지 떨어졌다.
전날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결과 및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던진 매파성 발언의 충격이 시장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25bp 금리인하 결정에 베스 M.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반대표(동결)를 던졌고, 표결 전에도 복수의 위원들도 반대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향후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파월의 발언도 강했다. 파월 의장은 “이제부터는 새로운 국면이고 추가 인하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아직 정책이 긴축적이나 중립금리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밝히면서 투심은 더욱 악화됐다. 연준 점도표에 나온 내년 두 차례 인하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국 경제가 계속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 연준이 앞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도 연준의 금리인하가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일단 미국 경제성장 속도는 빨라졌고, 인플레이션도 가속화됐다. 미 상무부는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확정치)이 3.1%(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 달 전 발표된 잠정치(2.8%) 대비 0.3%포인트 상향됐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2.9%)도 웃돌았다. 수출 및 개인소비가 상향된 게 확정치 상향 조정에 반영되면서 전체 수치가 올라간 것이다. 특히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상승률이 2.2%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미국 고용도 탄탄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예상치에 못 미쳤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2월 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건으로 한 주 전보다 2만2000건 감소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건)를 밑도는 수치다. 고용시장이 침체된다면 연준이 금리인하에 빠르게 나서겠지만, 그런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데이터는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폭 축소 전망을 뒷받침한다. 파월 의장은 경제 회복력이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국채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 4시10분기준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7.2bp(1bp=0.01%포인트) 오른 4.57%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반면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4.1bp빠진 4.314%을 기록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금리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투자전문업체 밀러 타박의 시장 전략가인 매트 말리는 “오늘 투자자들은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국채시장에서 조만간 안도감을 얻지 못하면 올해 산타랠리는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 잉걸스 앤 스나이더의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팀 그리스키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지 않으면 금리가 계속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고,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약간 반등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전날 급격한 매도세를 고려하면 반등이 예상됐고 실제 다우지수의 반등이 있었다. 다만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전날 급락했던 매그니피센트7은 혼조세를 보였다. 애플(0.7%), 엔비디아(1.37%), 아마존(1.26%) 등은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0.08%), 알파벳(-0.24%), 메타(-0.27%), 테슬라(-0.9%) 등은 약세를 이어갔다. 테슬라는 장 초반 3%가량 반등했지만,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워낙 최근에 급등했던 만큼 전날 FOMC를 촉매제로 삼아 차익실현 매물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전날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16.18% 급락했다. 마이크론은 2분기(12∼2월) 매출(79억 달러) 월가 전망치를 10% 이상 밑돌고, 주당 순이익(1.53달러)도 전망치보다 약 25%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치를 제시했다. HBM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 수요의 부진으로 실적 전망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5% 오른 108.41를 기록 중이다. 전날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동결하면서 엔화가치가 급락한 영향도 있었다. 달러·엔 환율은 1.63% 급등한 157.37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67달러(0.95%) 하락한 배럴당 69.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51달러(0.69%) 밀린 배럴당 72.88달러에 마감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원유수요가 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