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민주주의 회복력' 지지했지만…트럼프 시대 '리더십' 실종[尹탄핵소추]

by김상윤 기자
2024.12.15 09:15:21

블링컨 국무장관 "한 권한대행과 협력 준비 돼 있다"
계엄사태에 극도로 악화했던 한미 관계 최소한 회복
트럼프, 리더십 공백 한국에 '백지수표' 던질수도
차기 정부 향방 불확실...외교 관료로 대응에 한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덕수 대행체제가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정치적 무게감이 없어 한국은 상당기간 ‘외교의 부재’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제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을 대응할 ‘골든 타임’을 놓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요르단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장관은 이날(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철통 같은 한미동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 것과 관련해서 “한 권한대행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누가 한국 국정의 책임자인지 불명확한 상황은 정리가 됐고,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언 이후 극도로 악화했던 한미 관계가 최소한의 회복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은 한국의 국민과 함께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가 곧 끝나고 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권한대행 체제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트럼프가 취임했던 2017년 1월에도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이 생겼고, 황교안 대행체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6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 사이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에 고율 관세 압박과 함께 미국에 불리한 제도 개선 등을 마구 던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1기때 취임한 이후 두달 만에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5월 출범했는데, 곧바로 6월 FTA개정협상을 시작했다. 한미FTA개정 요구를 막을 시점도 없이 한수 굽힌 채 협상에 임한 것이다.

이번 역시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한국은 일단 ‘한수’ 접어둔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상향 등을 담은 ‘백지수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대행체제가 시작되긴 했지만 차기 정부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교 관료들이 책임감있게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주요 ‘먹잇감’으로 삼을 수밖에 없지만, 리더십 공백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앞서 트럼프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10% 이상의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의미한다”며 “한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전에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래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총리는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핵 위협 증가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같은 도전에 직면한 한국을 실질적인 정치적 무게감 없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