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12.12 05:00:00
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탄핵 정국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왔던 여러 교육개혁 과제들이 추진력 상실 위기에 처했다. 가뜩이나 정책관련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해 애로를 겪던 상황에서 국회에서도 계엄 뒤처리에 밀려 입법 절차가 거의 중단됐기 때문이다. 100년을 내다본다는 교육 정책마저 졸지에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교육 정책의 경우 한 번 혼선이 빚어지면 후유증이 계속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우려를 더해준다.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도입될 예정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부터가 문제다. 교육부는 애초 이를 정식 교과서로 채택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야당이 이에 반발해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을 때부터 정책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학교장 재량에 따라 그 사용 여부가 결정되므로 전면 보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에서 일부 과목을 제외하거나 시행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혼란이 더 증폭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도록 돼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후속 입법 절차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교사 자격과 선발 방법, 재정확보 방안 등 쟁점들이 그대로 파묻혀 버렸다. 내년부터 영유아의 보육 및 교육에 관한 업무를 떠맡아야 하는 각 시도교육청으로서는 교육부와 국회의 처분만 바라보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방침 아래 이미 수능시험까지 마친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사단체 일각에서는 아직도 진료복귀 선결 조건으로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증원 문제가 가까스로 봉합된다 해도 2026학년도 증원 논의가 장기화된다면 내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심리적 혼란과 불안감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정치가 혼란스러워도 교육만큼은 100m 달리는 속도로 계속 뛰겠다”고 밝혔지만 안개 속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교육 분야만큼은 제대로 달리게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