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초고령사회의 주거

by최은영 기자
2024.12.10 05:00:00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노인 인구 1000만 명,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 이제 ‘어디에서 살 것인가’는 단순한 주택 유형의 선택을 넘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실버타운과 고급 아파트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 둘은 노인 주택 하면 떠오르는 주거 시설이지만 그 목적과 제공하는 서비스, 입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대상으로 하는 연령층이 다르다.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이 이에 해당하며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고급 아파트는 특정 연령 제한 없이 다양한 세대를 대상으로 고급스러운 생활 환경과 편리한 부대시설을 제공한다.

더 중요한 차이는 거주민의 주류가 누구인지에 있다. 실버타운은 노인이 주된 거주민으로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일본에서는 이런 실버타운이 지역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다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복합단지 내에 노인 세대와 아동 양육 세대를 함께 배치하고 상업 공간과 공원을 조화롭게 설계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실버타운을 노인들만 모여 사는 건물로 한정 짓지 말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노인 삶의 질을 높이는 다세대 공존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입주 대상의 차이가 서비스와 건강관리 측면에서는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까.

실버타운과 고급 아파트 모두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사우나, 식사 제공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버타운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생활편의 서비스, 커뮤니티 서비스, 그리고 건강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건강관리 측면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 실버타운은 24시간 돌봄 인력이 상주하며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의료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남성 71세, 여성 75세로 대다수 사람들이 20년 이상 건강하지 못한 채 노후를 보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다. 반면 고급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필요 시 입주자가 외부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실버타운은 단순히 거주 공간이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인식해야 한다. 노년기를 최대한 건강하고 즐겁게, ‘나 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주거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일반 아파트는 분양을 통해 소유권을 가지는 방식이지만 실버타운은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지불하는 임대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올해 3월 정부가 노인복지주택 분양형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재도입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노인 주거 옵션에 대한 수요 증가의 전략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주거 선택지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경제성, 삶의 질,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과거 2015년 운영의 투명성, 지속 가능성 부족 등의 시행착오로 폐지됐던 만큼 이번 재도입에서는 전문 운영사의 적극적 활용과 체계적인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다. 입주 방식의 변화는 거주자의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실버타운은 입주자 간 교류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노인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활력을 더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문화 활동, 건강 워크숍, 그리고 동호회 활동 등은 거주민들에게 소속감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고급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교류의 정도는 개인 선택에 따라 제한적이다.

실버타운과 고급 아파트의 차이는 단순한 시설 비교가 아니다. 이는 노인의 건강, 사회적 참여, 경제적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주거 모델 진화의 결과다. 이제 우리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와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의 행복과 존엄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