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나흘새 2.2조 늘었다…가계부채 '스노우볼?'

by정두리 기자
2024.07.07 09:51:54

부동산 ‘영끌’에 주식 ‘빚투’까지 살아날 조짐
시장금리는 하락…주담대 최저 금리 2.90%
“정책대출 급증·가계대출 정책 일관성 부족”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단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금리 하락 전망과 함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이 다시 살아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558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원 늘었다.

사진=뉴시스
이미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6조2000억원 늘어난 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아직 월초지만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분위기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52조1526억원에서 552조9913억원으로 8387억원 불었다. 신용대출조차 이달(102조7781억원→103조8660억원)에는 나흘 만에 1조879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 공모주를 비롯한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 수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정책자금 대출 증가, 금리 인하 등을 꼽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나흘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지난 2∼3일 진행된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공모주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5일 2862.23으로 2022년 1월 18일(2902.79)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전히 통화 긴축 상태이지만, 시장금리도 갈수록 떨어지면서 실질적으로 대출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5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370% 수준이다. 약 보름 전 6월 21일(연 2.940∼5.445%)과 비교해 상단이 0.075%포인트, 하단이 0.040%포인트 또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의 영향으로 3.454%에서 3.396%로 0.058%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은행 관리 범위를 벗어난 정책대출의 급증 문제와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에서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해 출시한 상품이고 은행은 단순히 판매할 뿐으로, 개별 은행이 판매를 제한하거나 대출 대상자 요건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저출생 위기 극복 차원에서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완화하면서 정책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한 정부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2단계 스트레스 DSR의 2개월 연기가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유지 또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한쪽은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애쓰지만 다른 쪽은 반대로 비치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