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박스피’ 벗어날까…2년 5개월 만에 2820선 탈환한 코스피
by박순엽 기자
2024.07.05 05:00:00
코스피, 2년 5개월 만에 종가 기준 2820선 웃돌아
美 금리 인하 기대 커진 영향…기관·외인 대거 매수
‘HBM팀 신설’ 삼성전자·밸류업 종목 강세도 힘보태
6월 美 CPI 발표 관심…2분기 기업 실적 발표 주목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높이는 지표가 연이어 나오자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 따른 위험 선호 분위기에 코스피 지수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올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93포인트(1.11%) 오른 2824.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2820선을 웃돈 건 2022년 1월 21일(2834.29)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종가 기준 지난달 20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2807.63)도 10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지난 3일(현지시간) ADP 민간 고용 지표 둔화·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 증가 등 노동 수요가 악화했다는 지표와 함께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둔화 근거들이 발표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결과 위원 다수가 인플레이션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추가적 근거가 될 수 있는 경제지표 둔화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된다”며 “여러 경제지표와 연준의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 공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입되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1조 1106억원, 3218억원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1조 4167억원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08억원, 36억원치를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에선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의 강세가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 신설 소식에 전 거래일 대비 2800원(3.42%) 오른 8만4600원에 마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세제 지원 기대 속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도 이날 각각 1.78%, 2.74% 상승했다. 신한지주는 장중 한때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미국 대선 토론 이후 시장금리 반등으로 순매도 우위였던 외국인이 금리 반락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으로 귀환한 데다 정부가 시장이 원한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세제 지원 혜택·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세율 등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스피 지수의 강세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스피 지수를 가둔 2800선이 다시 한번 깨지면서 이른바 ‘박스피’(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 오명을 벗을 기회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달 20일과 지난 1일(2804.31) 두 차례 2800선을 웃돌았으나 다음 날 하락하며 박스권 탈출에 실패해왔다.
이에 증권가는 오는 11일 공개되는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6월 CPI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어서다. 이 연구원은 “6월 CPI 발표 이후 코스피 지수의 레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이달 중후반까지 코스피 지수가 2900선을 돌파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5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각 기업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한 국내 증시의 오름세도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은 주가 오름세에 부담 요소라는 엇갈린 의견도 제기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분위기”라며 “미국 독립기념일 휴장과 6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지표와 실업률,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등 커다란 이벤트들이 남아 있어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