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TCL, 韓 법인 세워 공략 가속…삼성·LG “안방 사수 문제없다”[뉴스쏙]
by김응열 기자
2023.11.09 06:00:00
TCL, 프리미엄 시장 한국 영향력 본격 확대
스마트스토어 열어 유통 확대…접점 늘린다
“프리미엄 삼성·LG 우위…TCL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글로벌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바짝 쫓는 중국이 이번엔 삼성·LG의 ‘안방’인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중국의 글로벌 TV업체 TCL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상징적인 진출로 풀이되지만 삼성·LG가 장악한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 TCL이 독일 베를린 IFA 2023에서 꾸린 전시관.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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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TCL은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TCL은 이전에 직접 수입 등으로 한국에 제품을 판매해왔는데 이번 한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오픈해 유통채널을 늘리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TCL은 국내에서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 세계 160개 이상의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중국 가전·TV 회사다. 주력 제품은 TV인데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12.4%로 11.3%인 LG전자를 앞지르며 2위에 올라있다.
1억대에 가까운 글로벌 TV 시장에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는 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안방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 프리미엄 TV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TCL은 기존에 중저가 TV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짜왔다. 그러나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삼성·LG의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고 프리미엄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TCL도 중저가 제품만 팔아서는 수익 극대화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최근에는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외형 성장 목적보다는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 나선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TCL은 중저가 제품 외에 QLED와 미니LED(발광다이오드) TV 등 초대형·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갖춘 상태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를 본격 확대하더라도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린 뒤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98형 Neo QLED 8K 신모델(왼쪽)과 LG 시그니처 올레드 M. (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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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의 공세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안방 사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TCL은 여전히 중저가 중국 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에선 소비자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저가 제품군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울 수 있으나 프리미엄 제품에선 돈을 더 얹더라도 선호도가 높은 삼성·LG 제품을 선택하는 수요가 많을 것이란 것이다. TV는 한 번 구매하면 5~10년 이상 오래 쓰는 경우가 많은데 AS 등 사후지원 서비스에서도 우리 기업의 수준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저가 라인에서는 삼성·LG 외에 다른 국산 브랜드가 다소 위협받을 수 있겠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브랜드 입지와 제품 경쟁력을 보면 삼성·LG가 압도적”이라며 “TCL의 한국 시장 진출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