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소속 LA부총영사 여직원 성추행 사건…무죄로 결론

by박정수 기자
2023.07.14 06:00:00

LA부총영사, 여직원 포함 직원 3명과 회식
부축하다 얼굴에 맞대고 허벅지 잡고…만취 여직원 추행 혐의로 기소
1심 벌금형 → 2심 무죄 → 대법, 상고 기각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서 벌어진 일…고의성 없어”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가정보원 소속 로스앤젤레스(LA) 부총영사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국정원 간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에 있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6월 23일 총영사관 여직원 B씨를 포함한 총영사관 직원 3명과 함께 저녁 회식을 했다.

이들은 회식 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한 B씨를 데리러 올 B씨의 남편을 기다리기 위해 다 함께 총영사관으로 이동했다. A씨는 오후 11시 28분경부터 11시 34분경 사이에 총영사관 후문 앞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B씨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B씨를 일으켜 세웠다.

이후 B씨가 A씨에게 기대며 A씨를 끌어안자 B씨를 마주 끌어안고 B씨를 펜스 쪽으로 민 뒤 A씨의 얼굴을 B씨의 얼굴에 맞대고, 한 손을 B씨의 등에 대고 다른 손은 B씨의 다리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어 B씨의 허벅지를 잡고 B씨를 들어 올렸다.

계속해 A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 34분경부터 11시 54분경까지 사이에 만취한 B씨를 부축해 총영사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M층 입구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만졌다. 이로써 A씨는 B씨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B씨를 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진술을 통해 회식 2차 이후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총영사관 M층 화장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었던 점, 그때 A씨가 이름을 부르며 B씨에게 입을 맞추고 피해자의 입술을 깨물었던 점, 그때 술에 취해 눈을 뜨고 확인하지 못했고 매우 불쾌한 느낌을 가졌던 점, 그 후 누군가 남편이 도착했다며 자신을 불렀던 점 등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총영사관 안에서 한 손으로 B씨의 가슴 부근을 만졌다고도 했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벌금 10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했다. 1심은 B씨를 끌어안고 얼굴을 맞댄 행위, B씨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잡은 행위, 손으로 B씨의 얼굴을 만진 행위 등을 유죄로 봤다.



다만 B씨의 입을 맞추고 가슴 부근을 만졌다는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장면만으로 A씨가 의도적으로 B씨를 벽면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A씨의 손이 B씨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을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한 행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을 맞췄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건 당시 B씨의 주취상태 정도, 기억의 부정확성, 다른 상황에 대한 기억일 가능성(A씨가 손이나 다른 물건 등을 이용해 B씨의 입에서 토사물을 닦아내는 과정에서의 입술 접촉에 대한 기억 등) 등에 비춰보면 B씨 진술만으로 A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2심에서는 1심에서 봤던 유죄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회식을 주재한 상급자가 술에 취한 하급자를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에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A씨가 충분히 인지했을 것임에도 범행이 쉽게 발각될 우려가 있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 B씨를 추행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B씨는 A씨와 함께 들어간 총영사관 건물 내부의 M층 회의실에서 구토를 상당히 했다”며 “토사물의 냄새까지 심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B씨의 옷에 묻은 토사물을 털어준 다음 추행의 의도로 B씨의 얼굴을 드는 행위를 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수사기관에서 CCTV 영상을 모두 확인하고도 A씨의 신체적 접촉을 문제 삼지 않았다”며 “B씨는 당초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된 A씨의 행동이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