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불인데 쌩~…'우회전 일시정지' 첫 주말, 5대중 1대 위반

by황병서 기자
2023.04.24 06:00:00

경찰, 22일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행위’ 본격 단속
서울 도심 교차로 4곳 관찰…우회전때 멈춤 없이 통과 일쑤
횡단보도 위 보행자 스쳐지나가…“보행자 횡단 중 멈춰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지난 22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소재 이화사거리 교차로. 한 보행자가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진입했는데 승용차 한 대가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우회전했다. 보행자는 불과 몇 걸음 차이로 자동차와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하마터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찰이 우회전 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규정과 관련해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 단속을 시작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직진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또 신호에 맞춰 이미 우회전을 하고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지해야 한다. 아울러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서행하며 우회전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승합차 7만원, 승용차 6만원, 이륜차 4만원이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우회전 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이데일리가 이날 오후 서울 도심 교차로 4곳을 30분씩 살펴본 결과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는 곳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있는 차량 212대 가운데 46대(21.6%)가 정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우회전했다. 차량 5대 중 1대꼴로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율곡로서 대학로 방향으로 우회전)에서 이날 오후 1시~1시 30분 사이 차량 49대 중 18대(36.7%)가 일시정지 없이 우회전을 하거나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건너고 있는데 통과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교차로(마포대로서 백범로 방향으로 우회전)에선 일시정지 해야 했던 차량 76대 중 15대(19%)가 정차 없이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신촌로 교차로(신촌로서 굴레방로 방향으로 우회전)에선 30대 중 3대(10%)가, 강서구 공항대로 사거리(공항대로서 등촌로 방향으로 우회전)에선 57대 중 10대(17%)가 우회전 시 일시정지를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위반 차량 중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인데도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해 횡단보도를 통과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덕역 교차로에선 보행 신호가 파란불인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사이를 승용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목격됐다.

교차로 우회전 과정에서 일시정지를 지키던 자동차들도 뒤에 선 차들이 경적을 울려 눈치를 보다 출발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한 운전자 강모(33)씨는 “멈췄다 가려 해도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 출발을 안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며 “우회전 시 일시정지 홍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의 상황은 그나마 나았다. 23일 오전 11시께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경기 성남 가천대 입구역 인근 교차로에서 30분 동안 살펴본 결과 우회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은 75대 중 10대(13.3%)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동차들은 우회전 신호등 신호에 맞춰 멈춰 서며 신호를 기다렸다.

지난 21일 경기 성남 가천대 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사진=황병서 기자)
운전자들은 우회전 시 일시정지 등과 관련해 무심코 위반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박모(35)씨는 “운전하는 사람들끼리 규정이 헷갈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결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문제이니까 홍보를 좀 더 대대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문모(35)씨는 “무조건 멈추라고 하다가 서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헷갈리고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차는 그냥 지나가고, 서 있으려 해도 뒷 차는 빵빵거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에 환영의 의사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장모(67)씨는 “우회전 시 교통사고가 예전부터 많았다”며 “서로가 불편해도 사람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서 필요하고, 이렇게 하면 덜 다칠 가능성도 크니까 당분간 불편하겠지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