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반도체 비관론에 나스닥 2.2%↓…테슬라 9% 폭락

by김정남 기자
2022.12.23 06:44:57

마이크론發 투심 악화…3대지수 다시 하락
빅테크 일제히 부진…테슬라 주가 9% 폭락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3거래일 만에 일제히 급락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악화 등으로 투심이 갑자기 가라앉으면서다. 연말 산타 랠리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AFP 제공)


2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5% 하락한 3만3027.49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5% 내린 3822.39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18% 떨어진 1만476.12를 기록했다. 3대 지수는 2거래일 연속 반등한 이후 다시 반락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29%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 압력을 받았다. 전날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이 41억달러로 1년 전보다 47% 급감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1억달러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이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무려 7년 만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3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마이크론은 직원의 10%를 구조조정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부족해 재고가 늘었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탓에 내년에도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3.44% 떨어졌다. 엔비디아(-7.04%), 램 리서치(-8.65%) 같은 다른 반도체주 역시 폭락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마이크론이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이후 주식 투매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외에 애플(-2.38%), 마이크로소프트(-2.55%), 아마존(-3.43%), 알파벳(구글 모회사·-2.20%), 메타(페이스북 모회사·-2.20%) 등 빅테크주도 일제히 떨어졌다.

테슬라 주가는 무려 8.88% 내렸다.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기로 하자, 투자자들은 이를 전기차 수요 둔화로 해석하면서다. 테슬라는 오는 31일까지 전기차 세단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신차 고객에게 750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로스캐피털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어윈 수석분석가는 “테슬라가 인도량을 늘리기 위해 판매 단가를 낮추는 것은 시장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지표는 다소 호조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전기 대비 연율 기준)는 3.2%로 나타났다. 지난달 나온 잠정치(2.9%)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다. 미국 경제는 1분기(-1.6%)에 이어 2분기(-0.6%)까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3분기 들어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긍정적인 뉴스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지표 호조는 공격 긴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만건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건)는 밑돈 수치다. 실업수당 신청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장이 뜨겁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 매니지먼트 창립자는 CNBC에 나와 긴축 우려 등을 언급하며 “증시에서 매도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대했던 연말 연초 산타 랠리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비관론이 만연해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0%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95%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02% 하락한 배럴당 77.49달러에 거래르 마쳤다. WTI 가격은 4거래일 만에 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