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김오수 계속된 '깜짝 회동' 왜?...보여주기식 회동 빈축

by남궁민관 기자
2021.06.23 06:00:00

이달 1일 취임 김오수, 박범계 3주간 네 차례 만나
''갈등 일변도'' 秋-尹과 다른 ''소통 행보'' 보였지만
親정권 물갈이 인사 물론 사실상 ''검수완박''도 못 막아
金 체면 살려주고 朴 뜻대로…중간간부 인사도 "결국 ABC"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달 초 취임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3주 만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총 네 차례 회동하며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보여 주기식’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 간 긴밀한 소통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조직 개편이 사실상 큰 틀에서 박 장관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인데, 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역시 다를 것 없을 것이란 우려감이 강하다.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박 장관과 공식적으로 총 네 번의 회동을 가지며 오랜 기간 이어온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국면 해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박 장관과 김 총장은 평일 일과 시간이 끝난 저녁 시간이나 주말도 피하지 않는 ‘깜짝 회동’으로 소통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앞서 극단의 갈등 관계를 드러냈던 전임들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확연히 다른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김 총장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2일 인사차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찾아 박 장관과 첫 회동을 가졌고, 이튿날인 3일 박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협의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찾아 두 번째 회동을 했다. 당일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김 총장의 요청에 박 장관은 저녁 9시까지 만찬을 가지며 이날만 5시간여 회동을 가졌다. 이후에도 검찰 조직 개편안을 두고 ‘깜짝 회동’은 이어졌다. 지난 8일에도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4시간여 대화를 나눈 이들은 지난 20일 일요일임에도 1시간 반 가량 만남을 가졌다.

다만 박 장관과 김 총장 간 회동의 목적이었던 검찰 인사 및 조직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소통의 성과라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이 소통의 결과로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안에 반영해 준 사안들은 사실상 “양념 치기” 수준에 그쳤고, ‘친(親) 정권’ 검사 중용 및 윤 전 총장 라인 배제라는 인사 기조와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 제한이라는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핵심 요직에 앉힌 반면, 윤 전 총장 징계를 비판했던 고검장들은 일제히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고 한동훈 검사장 역시 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현 정권의 견제를 받아 온 ‘특수통’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승진하고, 박찬호 광주지검장과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영전성 수평 이동하면서, 일부 김 총장의 의견을 반영한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검찰 조직 개편안 역시 일부 김 총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박범계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취지는 그대로 유지됐다.

법무부는 지방검찰청 전담 부서를 제외한 일반 형사부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 참사·방위사업)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전담 부서가 없는 지검의 경우 형사부 가운데 말(末)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직접 수사를 하도록 했다. 다만 지검 산하 지청의 경우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 승인을 통해 임시 수사팀을 만들어 직접 수사토록 한 당초 안을 제외했고, 고소장이 접수된 경제 사건에 대해선 일반 형사부가 검찰총장 승인 없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론 각 지검 및 그 산하 지청 일반 형사부는 경제 고소 사건을 제외한 6대 범죄에 대해 말부만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 수사하는 기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횡령·배임·사기 등 경제 사건은 80%가 무혐의가 될 정도로 의미 없는 사건이 많은 데다가 그 수도 워낙 많아 전담 부서에 모두 맡기기 어렵다. 검찰에 경제 사건 직접 수사를 열어준 것은 소통의 결과라기 보단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은 뒤 “김 총장에게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체면을 살려주는 동시에 공직자·부패·선거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는 결국 크게 제한했다. 막말로 ‘야바위꾼’과 다를 게 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ABC 아니겠나”라며 소통 행보 자체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평가 절하한 뒤 “이미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박 장관 뜻대로 했고 조직 개편안에선 다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중간 간부 인사에선 박 장관이 다시 자기 뜻대로 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다만 그간 소통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고위 간부 때와 마찬가지로 공평해 보이기 위한 수를 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