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21.05.15 08:44:00
법원, 양모 장씨 무기징역·양부 안씨 징역 5년 선고
한강대학생 익사 추정…유족 “어떻게 물 들어갔는지”
‘도끼난동’ 후 집유받고 ‘묻지마 살인’ 50대 징역 25년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좌측 쇄골’, ‘우측 대퇴골’, ‘후두부’, ‘좌측 8번째 늑골 외측’, ‘좌측 9번째 늑골’, ‘우측 자골 근위부’, ‘좌측 8번째 늑골’, ‘좌측 10번째 늑골’, ‘우측 10번째 늑골’, ‘좌측 견갑골’ 골절. 소장과 대장 장간막 훼손. 한 인물이 5개월 동안 부상 입은 부위들입니다. 웬만한 성인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부상을 입은 사람의 이름은 고(故) ‘정인(개명 전 이름)양’입니다.
정인양은 고작 생후 11~16개월 동안 양어머니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된 채 지난해 10월 만신창이 상태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년 말부터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정인양 학대 사건이 일단락됐습니다. 법원은 양어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양아버지에게 징역 5월을 선고했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양부 징역5년 선고 △한강 사망 대학생 ‘익사’ 결론 △집유 후 묻지마 살해남 징역 25년 등입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4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불구속 상태이던 안씨는 선고 공판 직후 법정 구속됐습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정인양 복부에 강한 힘을 가해 정인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부부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정인양의 사인인)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하려면 강한 외력이 필요하다”며 “장간막 네 곳이 찍어지는 등 다발성 손상이 관찰되고, 다른 장기가 파열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해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도망치거나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중요 장기들이 집중된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반복해서 가하면 장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정인양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고 꾸짖었는데요. 이어 “이 사건 범행들엔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분명히 드러나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범행”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아동학대 방지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선고 직후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를 살인으로 인정해주신 점은 감사하다”면서도 “양부도 공동정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징역 5년만 선고된 점은 아쉽다”고 표현했습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정밀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인의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상처도 사인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손씨의 사망이 ‘사고’였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13일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손씨는 음주 후 2~3시간 이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관련 연구논문을 근거로한 국과수 결론으로, 반드시 2~3시간 이후 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앞서 손씨는 지난달 24일 밤 11시쯤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한강공원에서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실종됐습니다. 이후 닷새 뒤인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 장소 인근인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수중에서 발견됐죠.
국과수는 손씨의 머리에 난 자상이 직접 사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측에서) ‘머리에 있는 좌열창 2개는 사인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소견은 없었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손씨의 직접 사인에 대한 부검 결과는 나왔지만, 유족은 손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익사는 당연히 추정됐는데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가 궁금한 것”이라며 “그 부분이 밝혀져야 모든 게 밝혀질 것이고, 경찰이 그 부분을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씨를 추모하는 이들은 일요일인 16일 한강에서 집회를 열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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