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펀드' 뭐 담았나 봤더니…`삼성전자`

by최정희 기자
2020.05.05 09:16:36

일부 펀드는 설정액의 4분의 1이 삼성전자
대형주 위주 투자해 코스피와 수익률은 유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참에 자녀들에게 주식이나 펀드를 선물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펀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펀드가 어디에 주로 투자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 펀드 대부분은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 비중이 높아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와 유사한 수익률을 보였다.

*펀드에 따라 1월말~4월말 기준 (출처: 각 운용사)
5일 설정액 상위 10개 어린이 펀드의 최근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각각의 펀드가 편입한 종목 1위는 모두 삼성전자였다.

설정액이 2400억원으로 다른 어린이 펀드에 비해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자펀드’의 경우 지난달 초 기준 삼성전자를 15.33% 보유하고 있었다.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착한아이예쁜아이증권자펀드와 키움쥬니어적립식증권자펀드는 삼성전자를 각각 전체 설정액의 27.2%, 26.8% 만큼 투자하고 있었다. 펀드 전체 수익률의 4분의 1 이상이 삼성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NH-아문디아이사랑적립증권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24.6%를 기록했고 신한BNP엄마사랑어린이적립증권펀드와 우리자녀사랑고배당증권펀드는 각각 삼성전자를 23.9%를 보유하고 있다. 신영주니어경제박사증권펀드 또한 설정액의 19.9%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외에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SK하이닉스(000660), 네이버(035420), 현대차(005380) 등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용사들이 어린이펀드로 내세운 펀드들간 차이가 별로 없단 얘기다.

그나마 색채가 다른 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다. 이 펀드 또한 삼성전자 비중이 14.2%에 달하지만 다른 펀드에 비해 중형주 비중이 많았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SK하이닉스(000660) 비중이 5.0%로 높지만 JYP Ent.(035900)(4.9%), 동원에프앤비(049770)(F&B)(2.5%), KG이니시스(035600)(2.5%), 윈스(136540)(2.4%) 등도 담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 비중이 높다 보니 어린이펀드 대부분이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 수익률과 유사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상위 10개 어린이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4월 29일 현재)은 평균 11.4%로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11.0%, 4월 수익률)와 비슷했다. 중형주 비중이 더 많은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의 경우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4.3%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삼성전자를 단독으로 직접 투자했을 때보다는 나은 수익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4.71% 상승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중이 크지만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한 영향에 삼성전자 수익률보다 두 배 넘는 수익률을 낸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펀드는 2000년 중반 주식형 공모펀드 붐이 일어났을 당시에 유행처럼 출시되다가 현재는 어린이날이나 회자될 뿐 잊혀진 상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수익률과 무관하게 올 들어 10개 어린이펀드로는 자금이 43억원 가량 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