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로 소중해진 '보건안보강국'의 꿈
by노희준 기자
2020.05.01 06:00:00
[이용복 대한약학회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류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는 흔들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언택트(untact)가 보편화되면서 예전과 같은 일상 복귀가 아니라 작금의 비(非)일상을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가 감염병의 종착지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 속에는 앞으로 계속 반복될 유사 감염병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체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국민의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투명하고 수준 높은 정부와 의료진을 필두로 한 신속하고 빈틈없는 조치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보건위생을 철저히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시민의식, 여기에 국민 혼란을 최소화하고 발빠른 감염병 진화에 나선 정부 역량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방역의 필수품인 마스크의 경우 초기에는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거졌지만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기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의 엄격한 관리과 체계적 대응, 여기에 약국가의 희생이 더해져 한국이 세계적 방역 모범국가가 되는데 기여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 심사기간을 15일로 대폭 단축한 식약처의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 등 고강도 규제혁신도 시선을 끈다. 제품의 효과와 안전성은 확보하면서 각 단계별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지금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부응하듯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성금과 함께 마스크·손소독제·의약품 등을 모아 전국 지자체·의료기관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신속한 대응과 노력, 민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점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번 코로나19의 위협속에서 산업계와 학계·연구소·병원의 유기적 연계는 물론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는 ‘당위성’이 재차 확인됐다. 지난 2018년 기준 26.4%에 머물고 있는 원료의약품 자급률과 약 40%에 그치는 백신 자급률은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보건안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희망적인 것은 제약바이오산업계가 끊임없는 혁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계는 지금 내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빅파마들과 경쟁하기 위해 지속적인 품질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자체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통해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병도 함께 실천하면 이겨낼 수 있고 신약개발로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동안 우리가 가고자 했던 ‘제약바이오강국’의 미래 비전은 경제 성장을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보건안보강국’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되새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