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창업생태계 위기]②해외진출 무산에 제품출시 연기… 전방위 '타격'
by권오석 기자
2020.04.06 05:30:10
사정 열악한 스타트업계, 제품 출시 등 막히며 어려움 호소
투자 시장도 주춤 분위기… IR 데모데이 등 축소 진행
산업은행, 사각지대 해소 위한 위기극복 프로그램 마련 나서
전문가들 "정부가 단기 운영자금 보조해줘야" 조언
| 지난 2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구루미’의 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투자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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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김호준 기자] “외부 활동 자체가 중단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외식업 스타트업인 A사는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이 줄어 걱정이 많다. 전국 60개 가맹점을 둔 A사 대표는 “외부 활동 자제 분위기로 유동 인구가 줄어드니 우리 매장 같은 경우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1~2달 동안 예년에 비해 10~20% 정도 고객이 떨어졌다”며 “스타트업은 성장해야 하기에,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사실상 퇴보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원래 하던 배달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으며 온라인 사업으로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열악한 스타트업계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제품 출시는 물론 판로 확보 자체가 막히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중소기업에 비해 업력과 규모가 작아 ‘기초체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위기를 견뎌낼 힘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벤처투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자금 공급에 나선 상황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80여개 회원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은 △매출 감소(41.5%) △투자 차질(33.0%) △해외 사업 난항(16.0%) 등의 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실정임에도 은행대출을 비롯한 정부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융자를 받기 위해선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 단계이거나 시제품 수준에 그쳐 피해를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이전에 받은 보증이 있는 경우에는 대출이 불가하다”며 “스타트업 지원 방안을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증빙하게 하면 안 된다.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이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빠지지 않도록 P2P 등 핀테크 기반 자금 유동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품·서비스를 시연해 투자 유치 및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던 스타트업들도 모든 일정을 멈췄다.
전자·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인 B사는 수출 판로가 막혔다. B사 대표는 “2월에 일본으로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밀렸다. 거래처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납품을 하자고 한다. 그나마 펀딩을 통해 당장 4월은 버티겠는데 5-6월까지 길어지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투자는 시리즈A까지 받고 중단됐다.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것도 막혔다. 올해 사업 계획 자체를 못 세우고 있어 많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출판업 스타트업인 C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실적이 곤두박칠쳤다. C사는 1인용 책자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는 전국 초·중·고 학교 및 도서관 등에 교육용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국적인 개학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활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서비스 이용률이 떨어졌다.
C사 대표는 “상반기 대만 등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다 좌초됐다. 전국 100여개 학교와 계약이 돼 있었는데 아무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다”며 “도서전에 참가해야 마케팅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못 하고 있다. 최근 월 매출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떨어졌다. 7명 정도 있던 직원들 절반은 내보내야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투자 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4회사와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는 IR 피칭이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는 기존에 현장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IR 데모데이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지난 2일에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의료 바이오 분야 10개 기업들을 모아 온라인 IR을 열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시리즈B, C와 같이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하는 업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살아난 벤처붐 열기가 자칫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 2777억원으로, 전년(3조 4249억원) 대비 25%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온라인 IR 진행 상황.[디자인=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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