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위' 뚝섬·유엔사 부지 아파트분양도 'STOP'
by박민 기자
2020.01.10 05:07:33
| 부영이 아파트와 호텔 등을 짓는 ‘뚝섬지구 특별계획구역 4구역’ 공사장 모습.(사진=성동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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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의 대표적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영등포구 여의도 옛 MBC 부지에 이어 용산구 유엔사 부지, 성동구 뚝섬 인근부지 등이 잇따라 아파트 분양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부지는 주택사업자가 직접 땅을 매입한 뒤 주택·상업시설 등 건물을 짓는 개발사업으로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 다음으로 신규 주택 공급 통로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높은 땅값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착공만 하고, 아파트 분양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부영은 성동구 서울숲 뒤편인 ‘뚝섬지구 특별계획구역 4구역’(이하 뚝섬4구역)에 아파트와 호텔을 짓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 최고 49층의 주상복합아파트 2개동(340가구)과 호텔 1개동(1087실)을 짓는 사업이다. 연면적 27만4839.53㎡ 규모로 전시장과 회의장, 판매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땅을 매입해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자체사업장이다. 지난해 성동구청으로부터 착공승인을 받고, 현재 지하를 파내는 터파기 공사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52개월로 오는 2023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기 전에 아파트를 선분양하고, 이를 통한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한다. 그러나 부영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 이 방식을 포기한 것이다. 부영 관계자는 “일단 공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아파트 분양 계획이 잡힌 게 없다”며 “선분양할지 후분양할지도 아직 확정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 바로 옆 뚝섬 3구역에는 지난 2017년 7월 대림산업이 3.3㎡당 평균 4750만원으로 분양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아파트가 있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에도 평균 경쟁률 2.1대 1을 기록해 두번째 타자로 나올 부영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컸다. 성수동 A공인 관계자는 “부영이 후분양을 할 경우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걸리면 아크로 분양가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아파트를 다 지은 후 일단 임대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관측했다. 현행법상 후분양 단지도 상한제를 적용 받는다. 다만 일정기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경우 이후 분양 여부 및 분양가 책정은 사실상 건설사 재량에 달렸다.
여의도 옛 MBC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는 ‘브라이튼 여의도’도 이미 선분양을 포기하고 공사가 한창이다. 시행사인 신영은 지난해만 해도 오피스텔과 함께 아파트도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후분양으로 선회했다가 이후 여의도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지금은 안갯속이다. 신영 관계자는 “선분양을 포기하고 공사를 진행중이긴 하지만, 이후에 후분양 형태로 일반 분양을 할지 임대 후 분양을 할지 등 차후에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레븐건설이 용산 유엔사부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등을 복합개발하는 사업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지난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유엔사부지를 매입한 일레븐건설은 지상 20층의 아파트 426가구, 오피스텔 1076실을 지을 예정이다. 현재 토지 정화작업을 진행중으로, 앞으로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분양을 미루고 공사부터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간 개발사업지 내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미뤄진 건 강화된 분양가 규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서울 집값이 계속 치솟으면서 HUG의 분양가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라는 초강수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적용 요건을 완화해 집값 불안 조짐을 보이면 언제든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적용 대상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까지 확대했다.
서울의 상한제 지역은 당초 자치구 단위가 아닌 27개 동(洞) 단위로 ‘핀셋지정’을 했지만 이후 ‘12·16 대책’을 통해 서울 13개 자치구 전역과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의 37개동 등 사실상 전역으로 확대됐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오는 4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상한제 유예를 받지만, 개발 사업장은 예외 사항이 아니다. 상한제 지역 지정 즉시 적용 받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사업자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 후 분양’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커 실제 일반 분양은 최소 5년 넘게 걸릴 수 있다“며 “정부는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또 다시 규제를 가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측면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