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우드스탁의 저주②

by피용익 기자
2019.08.17 07:07:07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우드스탁의 저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우드스탁 페스티벌 50주년을 맞아 2019년 8월16일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우드스탁 50’은 투자자 이탈과 장소 변경 등을 겪다 결국 취소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리지널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기획자 가운데 하나인 마이클 랭은 2018년부터 우드스탁 5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했다. 뉴욕주 북부 왓킨스글렌에 위치한 포뮬러원(F1) 레이싱 트랙에서 3일간 15만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획사들을 섭외했다.

그러나 기획사들은 회의적이었다. 먼저, 공연 날짜까지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 게다가 수많은 록 페스티벌로 공연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우드스탁’이라는 추억의 이름이 먹힐지도 의문이었다. 랭의 설득 끝에 기획사들은 선불 지급을 조건으로 공연 개최를 돕기로 했다. 일본 광고회사 덴츠의 투자도 약속받았다.

랭은 곧바로 뮤지션 섭외에 들어갔다. 제이 지, 마일리 사이러스, 더 킬러스, 산타나, 이매진 드래곤스 등 약 80개 팀이 출연하기로 했다. 랭은 2019년 1월 드디어 대망의 우드스탁 50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무대에 세우려고 했던 비욘세, 브루스 스프링스틴,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가 출연 확정을 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티켓 판매가 지연됐다. 4월22일로 예정됐던 티켓 오픈 날짜가 계속 바뀌면서 공연이 실제로 열리는 것 맞느냐는 의문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4월29일 덴츠는 우드스탁 50 개최가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덴츠는 “아티스트들과 협력사, 참석자들의 안전 보장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랭은 덴츠가 공연을 무산시킬 권리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랭의 손을 들어줬다.



가까스로 공연 계획이 다시 발표됐지만, 이번엔 장소가 문제였다. 주최측이 고용한 이벤트 프로듀서 슈퍼플라이가 왓킨스글렌 공연 장소를 조사한 결과 6만5000명의 관객만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의 절반에 그치는 규모였다. 또한 뉴욕주는 공연 허가의 조건으로 공연장 인근에 도로와 다리, 물 저장 시스템 등을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주최측은 공연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왓킨스글렌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이번엔 뉴욕주 남서부에 있는 시러큐스 인근 버논이라는 작은 마을의 경마장이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 관료들은 안전 등의 이유로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랭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장소를 물색한 끝에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 위치한 메리웨더 포스트 파빌리온을 공연장으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왓킨스글렌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들은 그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지역 무대에 서는 것을 꺼렸다. 제이 지, 산타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은 차례로 공연 불참을 선언했다. 우드스탁 50주년을 기념하려던 랭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NYT는 우드스탁 50의 무산을 ‘룰이 바뀐 게임에 전직 선수가 복귀해 실패한 스토리’에 빗댔다. 랭이 50년 전과는 전혀 다른 공연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는 얘기다.

랭의 친구이자 공연 프로모터인 존 쉐어는 랭에 대해 “그는 몽상가”라며 “순수한 동기를 갖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돈을 벌 계산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쉐어는 1년 반 전 랭이 처음 우드스탁 50 계획을 언급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는 우드스탁을 세 번이나 하고도 한 푼도 못 벌었는데, 네번째를 또 하겠다고?”

그러나 랭은 친구의 걱정을 외면한 채 공연을 추진했고, 결국 우드스탁의 저주는 50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았다. 앞으로 누군가가 ‘우드스탁’이란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여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델평원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사진=우드스탁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