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韓·日 경제전쟁]"日사태 언제든 재발 가능…결국 국산화가 답"

by이연호 기자
2019.08.04 07:33:02

이정환 재료연구소장 인터뷰
소재 R&D 예산 5000억 요청
경쟁력 확보 위한 최소의 예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우리나라를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일본의 결정으로 탄소, 금속 분야 소재 업체들의 추가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 사진=재료연구소.
이정환(61·사진) 재료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일본의 우리나라 백색국가 배제 결정에 대응해 지역 기업들과 긴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우선 일본 각의 결정 하루 전인 지난 1일부터 지역 상공회의소, 테크노파크와 함께 2000여개 경남지역(재료연구소 소재지 경남 창원) 기업들에 대한 방문·설문 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5~6일까지는 피해 예상 품목과 규모 등을 포함한 단기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그동안 소재 관련 기업들은 재고를 두지 않는 저스티인타임(just-in-time) 방식의 생산을 했지만 이번 일본의 결정 이후 최소 3개월의 재고를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이번 일본의 사례처럼 언제든 정치적 상황 등 외부변수에 따라 무역을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재·부품 국산화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힘줘 말했다. 우리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수입하는 것과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이에 이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유연하게 현 상황을 헤쳐나가되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국산화가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이 소장은 “이와 관련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상용화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순도니켈, 티타늄합금 등 우리나라가 이미 기술은 갖고 있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분야에 대해선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10곳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2곳 총 12개 기관으로 구성된 ‘소재연구기관협의회’는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중장기 연구개발(R&D)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소장은 “약 30개의 핵심 소재·부품 R&D를 위해 향후 7년간 5000억 원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협의회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후 다음 달 중순께 지원 분야와 예산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정환 소장은 지난 1982년 재료연구소에 입사해 37년간 죽 이곳에서만 근무하며 융합공정연구부장, 산업기술지원본부장, 선임연구본부장, 부소장 등을 역임한 국내 소재 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통한다. 지난해 2월 3년 임기의 제5대 재료연구소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