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정하면 한다? 그런 문화 없애겠다"

by장병호 기자
2019.07.02 05:57:05

[이데일리가만났습니다]②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클래식·오페라 관계자 만나 의견 청취
"예술가 꿈꾸는 미래 세대에 희망 줄 것"
직원과도 세대별로 대화의 시간 가져
"수직적 조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골드회원’ 가입을 위해 마련한 카드단말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인맥 관리 비결은 특별한 게 없다. 의리로 겸손하게 대하면 된다.”

취임 100일을 맞아 이데일리와 만난 유인택(65) 예술의전당 사장은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 사장은 지난 100일 동안 인맥 관리의 배경으로 ‘소통’의 힘을 강조했다.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도 현장 예술인과의 만남이었다. 예술의전당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온 오페라·클래식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유 사장은 “현장 예술인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것들을 앞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실천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며 “젊은 성악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젊은 직원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80년대생, 90년대생 등 세대별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익명으로 받아 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유 사장은 “사장은 주로 간부급 직원들과 회의를 하다 보니 젊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기회가 적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을 세대별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그동안 이어온 수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장 취임 이후 새로 꾸린 ‘예술의전당 혁신TF’에 요구한 것도 향후 사장 및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처음 예술의전당에 와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이 조직 내에 ‘사장이 결정하면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는 것”이라며 “임기 동안 그런 문화가 없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인터뷰 도중 ‘골드회원’ 가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카드 단말기를 들여 보이며 민간재원 확보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4월 말 취임 한 달째를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동안의 인맥을 동원해 ‘골드회원’ 확보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골드회원 가입이 이뤄졌다. 최근 퇴단한 국립발레단의 김지영 수석무용수가 사장실을 찾아 카드 단말기를 통해 ‘골드회원’으로 가입했다. 유 사장은 “앞으로도 사장실을 찾는 누구나 손쉽게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해 ‘골드회원’을 10만 명까지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앞으로도 현장 예술인과 적극 소통하며 공연계에 변화를 일으킬 계획이다. 유 사장은 “뮤지컬은 예술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순수기초 예술은 관객 친화적으로 가야 한다”며 “공연계가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예술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오페라도 명품을 만들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며 “내가 할 일은 예술가를 꿈꾸는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술의전당이 철밥통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 내에 부서 간에 아직도 벽이 있다”며 “부서의 고유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예술기관으로서 창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