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종부세 칼날’…1주택자 6% 더 낼 때, 2주택자 53% 껑충
by성문재 기자
2018.07.04 05:20:00
재정특위 보유세 개편 권고안 발표
공정가율·세율 동시 인상안 선봬
25억원어치 2채 보유자 종부세
올해 873만→내년 1337만원 늘어
[이데일리 성문재 정병묵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전용면적 119.93㎡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94㎡를 보유한 2주택자 A씨가 내야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올해 873만원에서 내년 1337만원으로 무려 53.3% 늘어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를 추가 검토 카드로 제시한 만큼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절세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재정특위가 3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선택한 보유세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연 5%포인트씩 높이고 주택분 세율은 0.05~0.5%포인트, 토지분 세율은 0.2~1%포인트 올리는 내용이다. 최병호 재정개혁특위 조세소위원장(부산대 경제학과 교수)은 “누진세율 강화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를 합리화하면서 실수요자 등 낮은 과표구간 납세자의 세부담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가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종부세) 부담 증가분을 계산해본 결과 1주택자에 비해 다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폭이 월등히 컸다.
공시가격 11억8400만원인 잠실엘스 전용 119.93㎡의 경우 종부세가 70만8864원에서 75만3168원으로 약 4만4304원(6.25%) 늘어난다. 공시가격 23억원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170.88㎡는 종부세가 507만3984원에서 585만9648원으로 78만5664원(15.5%) 뛴다.
누진세율이기 때문에 같은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종부세 증가폭이 더 큰 구조다. 다주택자를 차등 과세하지 않더라도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공시가격 12억8000만원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51㎡와 공시가 21억2800만원짜리 서포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54㎡를 보유한 경우 종부세가 올해 1508만7168원에서 내년 2279만1831원으로 770만4663원(51.1%) 증가한다.
이번 종부세 인상은 주택 보유자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공시지가 기준 ㎡당 1300만원짜리 종합합산 토지 151.70㎡를 갖고 있는 경우 올해 종부세가 565만원이지만 내년엔 976만원으로 뛴다. 세부담이 무려 72.7%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재정특위는 이번 최종 권고안을 확정하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 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주택 과다 보유자의 기회비용을 늘려 실수요자인 1주택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주택 임대소득세와 관련해서도 권고안이 제시됐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소형주택(기준시가 3억원 및 전용 60㎡ 이하 주택)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지 않거나 연장하더라도 축소하는 방안이다. 내년부터 분리과세되는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기본공제 400만원을 임대등록사업자에게만 적용하거나 공제금액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도 나왔다.
주택 임대소득 기본공제 400만원이 폐지된다면 연간 최대 56만원(세율 14%) 정도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임대등록사업자에게만 기본공제 혜택을 주는 경우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내년 5월까지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최선의 절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가구 3주택자의 경우 첫 집을 팔 때 최고 양도세율이 62%에 달하는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 배제로 양도세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집을 팔기보다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원종훈 세무사는 “주택을 2채 보유하고 있다면 1채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8년 이상 임대할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부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것도 절세 방법이다. 부부가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보유하면 인별합산 6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종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취득해 보유 중인 주택을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처분 계획을 토대로 양도세 비용, 취득세 비용 등을 꼼꼼히 비교할 필요가 있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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