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철현 기자
2018.05.09 05:35:00
대형 악재 없고, 금리 상승에도 유동성 풍부
위기설 지나고 나면 집값 우상향 곡선 그려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부동산 시장엔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다. 10년을 주기로 아파트값이 하락·회복·상승·조정기를 거치면서 활황과 침체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10년 단위로 폭등과 폭락의 사이클을 그렸다. 1998년(IMF 외환위기) 침체했던 시장은 2000년대 초·중반 무서운 기세로 폭주했고,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추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가 2014년 무렵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집값이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 올해는 어떤가. 최근 서울 등 주요 지역 주택시장이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면서 한동안 꼬리를 감췄던 ‘10년 주기 침체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4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서울 전셋값은 11주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한국감정원 조사).
이렇다 보니 집값 대세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 역시 썩 좋지 않다. 우선 입주 물량이 매우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3만4703가구가 입주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3만8503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2016년(2만5887가구)과 2017년(2만7077가구)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다. 2014~2015년 분양시장 호황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낸 결과다.
정부의 시장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태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년간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던 초저금리 기조도 깨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면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집값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아파트값이 0.3%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0년 주기설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수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주택시장을 주기설에 맞춰 전망하고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10년 주기설이 현실화하려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처럼 대형 악재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펴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데다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인구는 줄고 있지만 가구 수는 1인 가구 증가로 더 늘어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은퇴 세대와 30대가 요즘 주택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저 천지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달이 차면 기울고, 달이 기울면 다시 차게 된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오르거나 떨어질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당장의 숫자(집값 변동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어떤지 파악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투자 고수들에겐 1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찬스였다. 그리고 부동산은 1년, 3년, 5년 등 특정 시기를 떼어 놓고 보면 폭등·폭락의 굴곡이 있지만 10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변함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