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역전세난 걱정인데 오피스텔 전세는 '귀한 몸'..왜?

by정병묵 기자
2018.04.18 05:33:00

오피스텔 3.3㎡당 평균 845만원
85㎡급 2억~3억원이면 전세 가능
월세수익상품이라 전세 품귀현상
강남구 삼성동 일대 일년새 1억 올라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부모님의 귀농으로 독립을 준비 중인 김모(38·여)씨는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전셋집을 직접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 세입자가 집을 오래 비운 상태라 사진만 봤을 뿐이지만 요새 오피스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공인중개사와 통화한 뒤 반나절도 안돼 전세 물건이 나가버리는 상황을 몇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서울 오피스텔과 아파트 전셋값이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피스텔 전세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데 아파트 전셋값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최근 중대형(전용면적 85㎡ 이상) 및 중형(전용 60~85㎡) 공급이 줄면서 전세 매물도 덩달아 희귀해져 가격이 뛰는 반면, 아파트는 공급 물량 확대로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지역 3.3㎡당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은 수치 집계 후 가장 높은 845만원으로 조사됐다. 2016년 12월 3.3㎡당 806만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800만원대를 넘어선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지표를 보면 3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격은 1억8339만원으로 전년 대비 4.48%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값의 연간 상승률(3.46%)을 웃돈다.

이 와중에 아파트 전셋값은 한풀 꺾이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간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03%로, 전주 보합세에서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이 하락한 것은 2012년 8월 6일(-0.01%)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3월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78.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경신했으나 아파트는 역대 최저치(68.8%)를 기록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모두 매매가는 오르고 있지만, 전셋값의 경우 오피스텔은 뛰는 반면 아파트는 하락하고 있어서다.



월세를 노린 수익형 임대상품인 오피스텔은 원래 전세 물건이 귀하다.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라고는 해도 비슷한 면적이면 오피스텔 전세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자들의 발길이 오피스텔 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강남구 청담동 A공인 관계자는 “강남에서 중소형급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7억원 이상은 줘야 하지만 오피스텔은 2억~3억원대면 가능하다”며 “원래 오피스텔 전세 물건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등 호재로 이 동네 오피스텔 전셋값이 작년보다 1억원 정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전셋값이 상승하는 데는 전세 물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형 이상 면적의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줄어든 영향도 크다. 부동산114의 서울 오피스텔 면적별 입주물량을 살펴 보면, 전용 60~85㎡짜리 중형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2005~2009년 8053실에서 2010~2014년 362실로 뚝 떨어졌다. 특히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입주 물량은 346실에 그친다. 전용 85㎡ 이상 중대형 오피스텔도 같은 기간 각각 6463실, 327실, 223실로 입주량이 확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형 오피스텔 입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전용 40㎡ 이하는 2005~2009년 2만189실에서 2010~2014년 3만3444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4만7171실로 입주량이 늘어났다.

오피스텔은 현재 공급 과잉에 따라 월세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이 약 7만여실가량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입주 폭탄에 따른 공실 공포도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전세시장을 형성하는 중형 이상 면적의 희소성이 높아지다 보니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최근 몇년 새 1인 가구 증가로 원룸형 오피스텔이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큰 투룸 이상 중형은 인기가 없어 공급도 줄었다”며 “그러나 아파트 전셋값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희귀한 중형 오피스텔을 찾게 되면서 투룸형이 전세 기반 대박상품으로 변한 반면, 원룸형은 공급 과잉으로 월세조차 좀처럼 오르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오피스텔의 매매가가 오르는 만큼 월세가 오르지 않아 날로 임대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지붕을 뚫고 있는 것은 특이한 징후”라며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소형면적 오피스텔 분양이 점점 더 많이 이뤄지고 덩달아 전세 물건이 귀해지는 추세라 오피스텔 전셋값은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