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①유연근무에 4대보험까지…진짜 '알바천국'

by이성기 기자
2018.04.16 06:00:00

'사람 중심' 경영 30년…맥도날드 일자리 창출 비법은
학생·주부도 본인 맞춤형 근무 '유연근무 시간제'
'스케줄 데이'로 크루 근무 시간 관리 조율
시간제 크루들도 각종 복리혜택 동등



[이데일리 이성기 강신우 기자] “대학생이 되고 나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아르바이트가 하고 싶었어요.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장만옥이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이선희(39·여)씨가 맥도날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 ‘첨밀밀’(甛蜜蜜)이 계기가 됐다. 1996년 제작된 첨밀밀은 ‘홍콩 드림’을 꿈꾸던 젊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주인공 이요(장만옥)와 소군(여명)의 첫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가 바로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19년 전 지금은 사라진 일산 강촌점에서 처음 크루(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한 이씨는 이제 서울 종로와 중구, 용산, 관악구 일대 총 8개의 매장을 책임지는 오퍼레이션 부서 관리자가 됐다.

“요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죠. 하지만 그만둬야겠다는 고민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이씨에게 아르바이트가 학업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건 바로 맥도날드의 유연근무제 덕분이다. 하루 2시간 또는 3시간만, 특정 요일만 골라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행사가 있으면 ‘오프 데이’로 반영할 수도 있다”며 “결혼을 한 뒤 아이를 낳고 나선 유연근무제의 장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국내에 첫 매장을 연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크루들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매장에서 일하는 크루들 대부분은 학생이나 주부들. 이들이 학업과 가사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바로 유연근무제다.

학생들의 경우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를 하고 시험 기간 등 스케줄 조정이 필요할 때는 매장 측과 협의해 얼마든지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 주부들 역시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낮 시간에 근무를 한 뒤 하교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는 등 가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현재 크루로 일하는 주부들만 1600여명.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사용도 장려해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 없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같은 제도 덕분에 여성 직원의 비율은 50%를 웃돌고 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를 비롯해 본사 임원의 35%가 여성인 만큼 여성 인재 양성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 미만이다.

크루로 시작한 이씨의 목표는 ‘맥도날드 상무’다.



“영업직에 상무님이 계신데 그 분도 주부예요. 매니저부터 시작해 임원 자리까지 올랐죠.”

비슷한 길을 걸어 온 상사를 롤 모델로 삼아 자신 역시 다른 주부 크루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는 게 이씨의 꿈이다.

맥도날드는 다양한 크루들을 위한 스케줄 관리 담당 매니저를 따로 두고 있다. 스케줄 관리 담당 매니저가 매주 ‘스케줄 데이’를 통해 크루의 근무 시간을 관리·조율하는 게 유연근무제의 핵심이다. ‘스케줄 데이’는 크루들과 매니저가 모여 근무 계획을 수립하는 날로, 조율을 통해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날은 1~2시간도 근무할 수 있다. 매장 당 근무자 수가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100명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매장의 시간제 직원인 크루부터 본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매년 100~300명 가량의 크루들을 정규직 매니저로 전환 채용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정규직으로 고용한 크루들은 총 2240여명에 이른다. 모두 매장의 시간제 크루로 입사해 교육과 진급을 거쳐 정규직 매니저로 채용된 것으로, 향후 매장을 총괄하는 점장이나 지역 관리자, 본사에서의 근무 등 다양한 성장 기회를 얻게 된다. 본사 직원의 50% 이상이 매장에서부터 경력을 쌓았으며, 매장 점장도 70%가 크루로 입사했다.

각종 복리후생 혜택에 있어서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모든 직원들에게 연간 6만 시간 이상의 정규 교육 과정을 제공하며 시간제 크루들 역시 4대 보험과 퇴직금, 건강검진, 각종 경조사 비용 등을 지원한다. YBM 어학교육, 사이버대 입학 및 수강 지원 등의 제도도 마련돼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일학습 병행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도 학업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직원들에게 대학 교육 및 학사 학위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 밖에도 각 매장을 관리하는 점장들과 매니저들을 위한 직무 교육 및 커리어 개발 세미나를 제공하는 전국 규모의 컨벤션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맥도날드는 단순히 햄버거를 서빙하는 회사가 아닌 햄버거를 서빙하는 사람들의 회사”라며 “미국 일리노이주에 첫 매장을 연 1955년부터 사람을 중요시하는 기업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한국 진출 30년, 10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맥도날드는 현재 전국 400여개 매장에서 1만7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