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블록체인 교통카드 시대가 온다
by최은영 기자
2018.01.23 06:00:00
[양기대 광명시장]최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투자로 누가 얼마를 벌었다, 얼마를 손해 봤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는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화폐체계를 말한다.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 것인지,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규정하는 것은 나라마다 다르긴 하나 법제도 안에서 규율하려는 것이 큰 흐름이다. 또한 4차 산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차세대 금융 및 보안기술 산업의 총아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이고 있어 금지하거나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상화폐는 발행기관이라는 것이 따로 없어 중앙은행 등이 그 가치를 책임져줄 수 없으나 이용자들의 수요에 따라 가치가 부여되고 가격이 결정되며 유통이 되고 있다. 가상화폐의 통용성과 미래가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투자는 편리성·익명성 거래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묻지마 투기, 환치기, 불법거래 자금, 돈세탁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법제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가까운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결제수단으로서 가상 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거래소의 등록제를 도입해 이용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2010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주문하고 첫 결제한 이후 8년가량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적 준비는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이용자보호와 기술발전의 균형을 찾는 방안을 고민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동안 우리는 오히려 준비 없이 부작용만 키워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커다란 시대적 흐름을 준비하지 못한 화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것이다.
청년이 비트코인에 희망을 거는 세태, 일확천금을 위해 빚을 내 투자하고 하루 종일 마음 졸이는 상황은 분명 나라다운 나라라고 볼 수 없다. 이를 바꾸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숙제다. 늦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모든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어 가상화폐의 악용 가능성에 대비할 방안과 이용자 보호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또한 국익을 높이고 국민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산업으로서 육성해야 한다. 어떠한 과제가 있을지 지방정부에서 다각도의 정책적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된 지 약 13년이 흘렀다. 후불교통카드 사용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교통카드에 선금을 충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충전된 버스카드를 잃어버린 경험들이 흔히 있을 것이다. 선불 충전을 해놨지만 버스카드 분실 훼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잠자는 돈이 얼마나 될까? 2015년 3월 기준 5년 이상 쓰여 지지 않은 ‘교통카드 충전선수금’은 약 650억원이다. 이자수익만도 억대로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작은 돈들이 모여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다.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소유권 증명곤란, 미사용 잔액환불에 안전장치가 미흡해 대중교통이용객의 소중한 권리가 잠자고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투기의 수단으로 오해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각 소비자들이 모든 거래를 직접 자신들의 전자장부에 기록하는 기술로 모든 교통카드 소비자들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가상지갑(계정)에 교통카드 충전 선수금을 넣어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분실, 훼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도 수도권 교통의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해보겠다는 청년들의 제안이다.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구현해주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라 생각한다. 기술의 진보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소홀이 할 경우 기술의 진보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번 비트코인 광풍을 교훈삼아 법과 제도가 기술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