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e사람]"재미 없으면 통편집"…당찬 스물하나 '천생 광고쟁이'
by박성의 기자
2017.12.21 06:00:00
심성민 티몬 사업기획실 사원 인터뷰
17살에 영화제 대상 수상…졸업 후 회사로 직행
‘슈퍼마트’ 웹드라마 제작…조회수 1000만 기록
“영상에서 메시지보다 재미 중요해져”
| 심성민 티몬 브랜드마케팅실 사원이 지난 15일 티몬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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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성의 기자]“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남자주인공이 딱 외치는 거지. 야, 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뜨릴 바이럴 영상을 구상하던 중 팀장이 이렇게 제안했다. 팀장의 눈에는 자신감이 그득했다. 어린 남자주인공에게 90년대 오렌지족의 감성을 살짝 심어보자는 것. 팀장의 제안을 무참히 뭉갠 건 3년차 막내의 한마디였다. “으, 팀장님. ‘아재’ 같아요.”
당돌한 발언의 주인공은 심성민(21) 티몬 사업기획실 사원이다. 심 사원의 별명은 티몬의 ‘아재(아저씨를 축약한 말) 감별사’. “콘텐츠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게 심 사원의 철칙이다. 예의바른 막내지만 일할 때만큼은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 티몬 본사에서 만난 심 사원은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메시지보다 재미를 강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갓 3년차가 된 심 사원이지만, 티몬에서는 이미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팔로워 수가 140만에 이르는 티몬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올릴 스낵비디오(짧은 분량의 영상)를 만든다. 지난달 선뵌 심 사원이 제작하고 직접 출연한 방한용품 ‘바르는 뽁뽁이’ 스낵비디오는 조회수 243만회를 기록하면서, 페이스북에서만 10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1020세대(10~20대)의 유행어를 차용한 자막의 힘이 컸다.
‘막내 마케터’ 심 사원의 재치가 빛을 발한 것은 신선식품 쇼핑몰 ‘슈퍼마트’의 SNS 광고에서다. 지난 여름 심 사원을 포함한 소셜미디어팀 6명은 슈퍼마트를 소재로 한 웹드라마를 기획했다. 제작은 외주 업체의 도움 없이 ‘자급자족’으로 이뤄졌다. 심 사원과 팀원들이 작가와 감독, 배우의 역할을 도맡았다.
심 사원이 주목한 것은 오직 재미다. 쇼핑서비스라는 소재의 한계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광고 아닌 한 편의 드라마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대사부터 연출 등을 챙겼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8월에 선뵌 ‘신선한 사랑’은 페이스북에서만 382만뷰를 기록하는 등 SNS 조회수 1000만을 넘겼다. 초등학생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참신한 설정이 이목을 끌었다.
광고색을 빼자 바이럴 마케팅(자발적으로 어떤 기업 또는 제품을 홍보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 효과는 커졌다. 영상이 공개된 뒤 슈퍼마트 매출은 약 30% 뛰었다. 심 사원과 팀원들은 웹드라마를 단편이 아닌 시리즈로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1월에는 섬유유연제 ‘다우니’를 광고하는 ‘향긋한 사랑’을 선뵀으며, 지난 5일에는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 신제품을 광고하는 ‘전설의 사랑’을 론칭했다.
| 심성민 티몬 브랜드마케팅실 사원(맨앞 오른쪽)이 웹드라마 광고 촬영장에서 찍은 영상을 확인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티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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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사원의 경력은 단출하지만 이색적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언론사가 주최한 캠페인 영화제에서 대상을 탔다. 학교폭력을 ‘도미노’라는 소재를 이용해 29초 짧은 시간 안에 풀어냈다. 같은 주제도 다르게 풀어내는 재주는 그때부터 빛났다. 2년 뒤 같은 반 친구 대부분이 대학을 갈 때, 심 사원은 티몬 입사를 택했다. 그만큼 콘텐츠 제작에 대한 갈증이 컸다.
계속되는 기획과 촬영의 반복이 버거울 만도 하지만 심 사원은 “아이디어 뱅크들과 일을 해나가는 게 너무 좋다”며 미소 지었다. “나 같은 20대 초반의 소비자도 시간이 흐르면 40대가 된다. 미래에는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주된 정보습득 채널이 책이 아닌 영상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