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7.06.09 06:00:00
‘출산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출생아가 10만명을 밑돌며 올해 연간 출생아 40만명대가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결혼도 줄고, 합계출산율도 감소했다. 정부가 10여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대책을 쏟아냈지만 다 헛수고였던 셈이다. 혼인과 출생이 동반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3월 출생아는 9만 8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분기별 역대 최저치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10만명 아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는 30만명대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 혼인 건수도 1분기 6만 8700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 줄었다. 합계 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1.1명대로 추락했다.
초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 삶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청년실업이 깊어지면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다 찾더라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집값, 전셋값 등 주거비는 임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 양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에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노동현실도 걸림돌이다.
출산 문제는 ‘인구 절벽’으로 이어지고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재앙으로 작용한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10여년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100조원 가까이 투입했다. 결과는 되레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청년실업 해소, 주거비 안정, 비정규직 문제, 일과 가정 양립 환경 마련 등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어제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저출산 해결 방안을 보고 받고 이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합계출산율을 인구 재생산 수준인 2.1명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공약인 아동수당 도입,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대증요법으로는 풀기 어렵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일자리·주택·보육·교육 등을 함께 고려하는 그랜드 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